사상 첫 2600 찍은 코스피 … 트럼프 입을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이 코스피 2600 돌파를 알리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이 코스피 2600 돌파를 알리고 있다. [뉴시스]

29일은 ‘기록의 하루’였다.

세계 경기 회복 등 여러 호재 겹쳐 #트럼프, 오늘 취임 후 첫 연두 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 담길 듯 #증시 반응 긍정적, 추가 상승 기대

이날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2600선을 넘어섰다. 종가는 전 거래일(26일)보다 0.91%(23.43포인트) 오른 2598.19로 마감했다. 25일과 26일에 이어 29일까지 3일(거래일 기준)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코스닥은 이날 920선을 돌파했다. 하루 사이 1.53%(13.93포인트) 상승하며 927.05를 찍었다. 16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멈췄던 코스피 신기록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코스닥의 상승세도 거침이 없다. 미국에서 불어온 훈풍이 한국 증시를 달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세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정부에선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확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 환경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활황은 한국 만의 얘기가 아니다. 풍부한 자금, 더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신흥국 경기 회복 등 여러 호재가 겹쳐 세계 증시는 질주하고 있다. 코스피는 그에 비하면 후발 주자다. 저 앞으로 달려나간 미국과 다른 아시아 신흥국 증시를 부지런히 뒤쫓는 중이다.

최근 한 달 사이(26일 기준) 미국 다우지수는 7.56% 상승했다. 나스닥 역시 8.21% 올랐다. 신흥국 증시는 더 뜨겁다. 베트남(15.50%), 브라질(12.98%) 증시는 1개월 동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6.07%)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데다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며 “특히 다른 신흥국 증시보다 덜 오른 코스피는 추가로 상승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는 굵직굵직한 일정이 이번 주 몰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연두 교서를 발표한다.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국정 운영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고 의회에 밝히는 연례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취임 첫 연두 교서다. 시장의 관심은 그 안에 담길 메시지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투자자들이 환호할 만한 내용이다.

증시에 영향 미칠 이번 주 주요 일정

증시에 영향 미칠 이번 주 주요 일정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30~31일 이틀간 열린다. 3월 예정인 다음번 FOMC는 곧 취임하는 제롬 파월 신임 Fed 의장이 이어받는다. 퇴임을 코앞에 둔 옐런 의장이 시장을 냉각시킬 발언은 하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발표도 이번 주 이어진다. 전망은 어둡지 않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까지는 큰 위험 요인 없이 지금과 같은 증시 분위기가 지속할 것”이라며 “인프라 투자 계획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연두 교서, 다음 달 5일 ‘KRX 300(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우르는 새로운 주가지수)’ 발표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3월 파월 신임 Fed 의장이 주재하는 첫 FOMC가 예정돼 있는데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더 좋게 나온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증시와 코스피의 ‘눈높이 맞추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지금의 빠른 주가 상승 속도는 잦아들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로 주가는 상승하긴 하겠지만 몇 개월 연속 큰 폭으로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12월과 이달 세계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축에 속했다”며 “최근 상대적인 가격의 이익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올라갔다. 주가 수준이 올라갈수록 추가 상승 동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현숙·이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