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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새영웅 '정현' 봐온 이들의 정현 이야기와 응원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영웅 정현(22·한국체대)이 25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각)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호주오픈 준결승전을 치른다. [멜버른 신화=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영웅 정현(22·한국체대)이 25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각)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호주오픈 준결승전을 치른다. [멜버른 신화=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영웅 정현(22·한국체대)이 25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각)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호주오픈 준결승전을 치른다. 정현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고 적었다.

"정현 어려서부터 공격적 플레이도 주목" #中때 폭풍성장해 세계적 선수성장 예견 #4대 메이저 대회 키 클수록 랭킹도 높아 #"영리한 경기운영에 빠른 습득력 장점" #모교 삼일공고에선 준결승전 합동응원 #고도근시 핸디캡에 슬럼프도 극복한 정현 #승리이상 의미 현대사회에 큰 울림 줘 #오후 5시30분 '황제'와 맞붙어 결과주목

어린 정현이“삼촌”으로 따랐던 함상영(49) 수원시체육회 체육지원팀장,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의 선배 정희성(42) 부천시청 테니스감독, 김동수 삼일공고 교장으로부터 성장 과정과 응원 메시지 등을 들어봤다.

함 팀장은 수원시청 테니스팀 감독을 지냈다. 당시 수원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이었던 정현의 부친인 정석진(52) 중고테니스연맹 전무이사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정현의 성장 과정을 지켜 봐왔다.

그는 “형인 정홍(25·현대해상)이는 어려서도 체력이 좋고, 운동신경도 남달랐다”며 “반면, 현이는 눈도 좋지 않은 데다 또래보다 체격까지 왜소했다. 처음엔 ‘그냥 형하고 놀러 테니스장에 왔구나’하고 생각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정현은 안성 죽산초 6학년 때 수원 영화초로 전학 왔다.

어린 정현이 ’삼촌“으로 따랐던 함상영(49) 수원시체육회 체육지원팀장이 2015년 호주오픈에 참가한 정현을 응원하기 위해 호주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함상영]

어린 정현이 ’삼촌“으로 따랐던 함상영(49) 수원시체육회 체육지원팀장이 2015년 호주오픈에 참가한 정현을 응원하기 위해 호주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함상영]

이어 “그러던 현이가 테니스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오게 될 때가 있었는데, 네트 플레이 등 또래 선수들이 잘 하지 않는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때였다”며 “여기에 기본기를 빠르게 탄탄하게 익히더니 12살 때 국제 주니어대회인 오렌지 볼에서 일을 내더라”고 말했다.

이후 세계적 스타를 키운 미국 IMG 테니스 아카데미로 유학을 갔고 이때 키가 훌쩍 자랐다는 게 함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버지의 별명이 작다는 의미의 ‘짜리(몽땅)’일 정도로 큰 집안이 아니다. (웃음)”이라며 “현이가 키가 큰 게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테니스협회(ATP.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 홈페이지에 정현 대 로저 페더러의 준결승전 소식이 소개돼 있다. [사진 ATP홈페이지]

프로테니스협회(ATP.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 홈페이지에 정현 대 로저 페더러의 준결승전 소식이 소개돼 있다. [사진 ATP홈페이지]

실제 정현의 현재 신장은 188㎝다. 지난해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윔블던·US오픈·프랑스오픈)에 참가한 남자 선수의 평균 키는 187.2㎝다. 랭킹이 높은 선수일수록 키도 크다는 분석이다. 랭킹 1~50위까지 187.4㎝인데 51~100위는 186.5㎝, 100~200위 185.2㎝다. 이날 정현이 맞불을 준결승전 상대인 페더러의 키는 185㎝로 정현이 3㎝ 크다.

함 팀장은 “힘과 속도 면에서 페더러에 전혀 밀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큰 시합인 만큼 부담감을 느끼겠지만 먼 수원에서도 정현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기적을 일으켜달라”고 응원했다.

정현의 삼일공고 선배인 부천시청 테니스팀 정희성(43) 감독은 정현의 습득력과 평정심을 높게 평가했다. [사진 정희성]

정현의 삼일공고 선배인 부천시청 테니스팀 정희성(43) 감독은 정현의 습득력과 평정심을 높게 평가했다. [사진 정희성]

정현의 삼일공고 선배인 부천시청 테니스팀 정희성 감독(43)은 습득력과 평정심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영리한 경기 운영도 운영이지만, 습득력이 굉장히 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강한 상대를 만나면 만날수록 상대 선수의 장점을 빠르게 익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현은 경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선수다”며 “상당한 점수 차로 패한 경기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시합결과에 대해서 승복할 줄 알았다. 지금의 정현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또 한 번 이겨 여러 가지로 어려운 현실 속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달라”고 응원했다. 한국 테니스가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게 정 감독의 평가다.

정현이 지난 24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 테니스 샌드그렌를 꺽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전에 진출한 뒤 미소짓고 있다. [멜버른 AP=연합뉴스]

정현이 지난 24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미국 테니스 샌드그렌를 꺽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전에 진출한 뒤 미소짓고 있다. [멜버른 AP=연합뉴스]

정현은 2016년 세계 100위 이내 선수들이 뛰는 투어대회에서 좌절을 맛봤다. 서브 등에서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랭킹 51위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프랑스 오픈에서는 세계 154위 캉탱 알리스(21·프랑스)에게 0대 3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이런 슬럼프를 극복하고, 현재의 자리에 당당히 올랐다.

정현의 수원 영화초 시절 코치였던 수원시테니스협회 이강훈 전무이사(39)는 그를 지독한 연습벌레로 기억한다고 한다.

정현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에서는 26일 오후 5시부터 준결승전 필승을 기원하는 응원전이 열린다. 사진은 김동수 교장. [사진 삼일공고]

정현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에서는 26일 오후 5시부터 준결승전 필승을 기원하는 응원전이 열린다. 사진은 김동수 교장. [사진 삼일공고]

정현 모교인 삼일공고는 축제 분위기다. 강당에서는 준결승전 합동응원이 펼쳐진다. 학교 측에서는 방학 중이지만 재학생, 일반시민 등 400~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좌석과 응원 도구·간식 등을 미리 준비했다. 응원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파에 대비해 온풍기도 미리 가동에 들어갔다.

이 학교 김동수 교장은 “현아, 너를 믿는다. 결승은 물론 우승 가즈아(가자를 길게 발음하는 유행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응원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꼭 ‘가즈아’로 써달라고 했다.)

호주오픈은 세계 220여 개국 9억명이 시청한다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다. 준결승에 오른 국내 선수는 정현이 처음이다. 16강, 8강의 승전보에 핸디캡, 슬럼프 등을 극복한 일화까지 더해지면서 정현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시속 150㎞가 넘는 속도로 공이 오가는 테니스 경기에서 선수의 눈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현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고도근시·난시라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또 1년 6개월여만의 짧은 시간 동안 슬럼프를 극복해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현의 승리가 승리 이상의 울림을 주는 이유다. 잠시 후인 오후 5시30분 정현은 또 한 번의 테니스 역사를 쓴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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