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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본, 3억 들여 도쿄에 ‘독도전시관’ … “한국이 불법 점거” 억지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25일 도쿄 시내 한복판에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주장하는 전시관을 열었다.

정부 돈으로 상설관 지은 건 처음 #센카쿠 제도 등 일본 영토 주장 도배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에서 2016년부터 준비해 일본 정부 예산 3000만엔(약 2억9000만원)을 들여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시마네(島根)현 등에서 독도 관련 자료실을 연 적은 있었지만, 정부가 돈을 내 상설 전시관을 만든 건 처음이다.

전시관은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진 히비야(日比谷)공원 내에 자리했다. 도쿄역에서 걸어서 10분, 일왕이 사는 황거(皇居)와도 바로 붙어있어 그야말로 도쿄 한복판이다. 일본 정부는 일부러 인구 이동이 많고 누구나 쉽게 닿을 수 있는 지역을 골랐다.

전시관은 구 시세이(市政)회관 지하 1층에 100㎡ 넓이의 사무실 공간을 빌렸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여러분, 다케시마를 아십니까”라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외무성이 제작한 동영상이다. 정면에 걸린 현수막에는 ‘영토 주권 전시관’, 영어로는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이라고 적혀있었다.

전시관은 독도와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임을 주장하는 자료로 도배돼 있었다. 국립공문서관, 시마네현 등에서 보관중인 자료들의 복제품 20여점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억지주장에 이용됐던 것들로, 새로운 자료는 없었다.

전시 중인 판넬에는 “1905년 일본 정부가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시키기로 한 각의 결정을 내렸다”면서 시마네현 어부가 강치(바다사자)잡이를 하는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또 전시관 곳곳에서 “한국이 국제법에 반해 일방적으로 ‘이승만 라인’을 긋고 독도를 불법 점거했다”, “일본인은 오래전부터 다케시마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등의 억지주장이 펼쳐졌다. 그러나 일본인들 스스로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님을 인정한 역사적 사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독도에 관해 기술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일본 문헌의 하나인 『은주시청합기(隱州視聽合記)』(1667년)에 독도가 일본의 영토에서 제외된다고 기술돼있는 것이나 일본 막부가 1695년 독도가 일본령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내용 등 일본에 불리한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전시관 개관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 정부 측은 “한·일 우호관계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카다 기요시(高田潔)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장은 “영토문제와 우호관계는 별개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도 와서 관람한다면 오히려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전시시설 설치에 강력 항의하며 즉각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하게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무망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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