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현, 발바닥에 물집 여러개···페더러 서브 대응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물집 잡힌 정현 vs 분석 올인 페더러

최연소(the youngest) vs 최고령(the oldest).

로저 페더러, 정현<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로저 페더러, 정현<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과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가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대결한다. 이 경기는 JTBC·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켜 '테니스 샛별'로 떠올랐다.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19번이나 우승한 '테니스 황제'다. 패기와 관록의 대결인만큼 나이 차가 15살이나 난다. 최연소와 최고령의 대결이기도 하다. 페더러는 1977년 켄 로즈월(호주) 이후 41년 만에 호주오픈 준결승에 오른 최고령 선수다. 로즈월은 당시 42세2개월이었다. 정현은 2010년 당시 22세였던 마린 실리치(크로아티아) 이후 준결승에 진출한 최연소 선수다.

호주오픈 4강 신화 그린 정현[EPA=연합뉴스]

호주오픈 4강 신화 그린 정현[EPA=연합뉴스]

정현은 페더러와 한 차례도 대결한 적이 없다. 테니스 스타로 꼽히는 라파엘 나달(32·스페인·1위)와는 지난해 두 차례 만나 모두 졌다. 또 한 명의 스타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3-0으로 누르며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남은 스타는 페더러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페더러가 은퇴하기 전에 꼭 대결하고 싶다"고 했는데, 두 달 만에 성사됐다. 그것도 꿈의 무대인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서 말이다.

전문가·도박사·테니스 팬들 대부분은 페더러의 승리를 예측했다. 현지에서 관람하고 있는 이진수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객관적인 실력으로는 힘든 게 맞다. 정현의 기세가 워낙 좋지만, 페더러는 빠르고 공격적이다. 정현 만의 테니스를 구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페더러는 30대 중반이 되면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승부를 일찍 끝내려고 한다. 3~5구에서 점수를 얻으면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고, 버릴 게임은 버린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평균 경기 소요 시간은 1시간 58분으로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체력전으로 몰고 가야 한다고 한다. 정현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스트로크 랠리로 3세트까지 접전을 펼쳐 4·5세트까지 끌고 가면 페더러도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거라는 계산이다.

우선 체력을 비축하는 게 우선이다. 코트 커버력이 넓은 정현은 톱 랭커들을 상대하면서 많이 뛰었다. 발바닥에 여러 개 물집이 잡혀있다. 일부 물집은 터지고 피멍까지 든 상태라 이날 현지 의사를 불러 치료를 받았다. 투어 대회를 뛰면서 발바닥 상태가 이렇게 심한 적은 처음이다. 손승리 코치는 "조코비치와 대결 전날도 마사지를 받고 휴식했다. 페더러와 결전도 마찬가지다. 25일 하루는 테니스 훈련은 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정현은 "이렇게 된 거 준비 잘해서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빌 고드윈 코치는 "페더러의 날카로운 서브에 대응을 잘하면, 베이스라인 플레이에선 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로저 페더러

로저 페더러

영국 최대 도박사이트 윌리엄힐이 공개한 승리 배당률은 정현이 4.5배, 페더러가 0.14배로 책정됐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승리 확률이 작다는 의미다. 남자프로테니스(ATP)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정현과 페더러의 사진을 걸어놓고 '누가 이길까'라고 적었는데, 세계 각국에 있는 테니스 팬들이 300개가 훌쩍 넘는 댓글을 달았다. 대부분 페더러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한편으로는 "정현의 앞선 경기를 봤다면, 정현을 선택할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페더러는 정현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있다. 그는 정현에 대해 "조코비치를 상대로 믿기 힘든 경기를 했다. 테니스 세계에서 조코비치를 꺾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조코비치가 정현과 경기에서 제 컨디션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래도 정현이 그를 꺾어 굉장히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정현은 조코비치처럼 수비에서 특히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나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 경기 전까지 정현의 경기를 보면서 정현의 서브와 경기 운영 등에 대해서 더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톱 랭커 페더러는 하위 랭커 정현보다 부담을 더 느끼고 있다. 그는 "정현은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올랐기 때문에 '나는 상대를 조각 낼 거야. 그런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라고 덤빌 것이다. 대결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