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상생경영] 기아·현대 "협력사와 공동 운명" 재단 만들어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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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左)이 지난 1월 현대제철 당진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자동차는 2만여 개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많은 부품 중 한 개라도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 판매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은 어느 업종보다 협력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직접 납품을 받는 1차 협력업체 390개를 비롯해 7400여 개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 품질부터 최고 수준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완성차와 협력업체는 동고동락할 수밖에 없는 공동운명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납품가 인하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가 위기 극복을 못하면 협력업체 대부분도 같이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은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 품질 경쟁력 확보 지원=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 품질 운영 시스템을 평가하는'파이브 스타 등급'제도와 'SQ(Supplier Quality)마크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스타 등급 제도는 1차 협력업체의 품질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각종 혜택을 준다. 남양공업 등과 같이 별 다섯개 평가를 받은 업체는 은행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납품 계약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다. SQ마크 인증 제도는 1차 협력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역시 인증을 받은 업체엔 각종 혜택을 준다.

이와 함께 '게스트 엔지니어'제도도 도입했다. 협력업체 기술자에게 현대차에서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앞선 노하우를 배워가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76개 협력업체에서 파견한 326명이 현대차에서 근무하면서 개발 비용과 설계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익혔다.

◆ 자금 및 기술 이전 확대=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에 제품 개발비, 원자재 구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영 사정이 안 좋지만 올해 지원 규모는 지난해보다 1550억원이 늘어난 1조7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2002년 설립한 '자동차 부품산업 진흥재단'에선 협력업체 품질 개선과 신기술 개발, 생산성 향상, 선진 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가 출연한 50억원으로 발족한 것이다. 독자 개발한 기술을 우수 협력업체에 넘겨주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월 평화발레오는 '듀얼매스플라이휠(DMF)'이라는 부품을 국산화했다. 관련 기술은 현대차 사내 벤처팀이 3년여의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것을 이전받은 것이다. 이밖에 협력업체의 불만을 듣기 위한 '필드 클레임 대리인'제도, '소리함'제도 등도 운영 중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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