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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한해 3억7000만 번 거론된 ‘용어’의 정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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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하는데 정말 실체가 있는 걸까. 아니 뭔가 성과가 있기나 한 걸까. 모두  궁금할 것이다.

- 일대일로 후발주자 한국이 고민해야 #- 논문만 399만편 나와...

많은 독자들이 “중국이 하는 일에 왜 우리가 난리냐”는 볼멘소리도 한다. 국익을 위해 일대일로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 모르진 않을 것인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불신이 늘어난 탓일 것이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이미 한국이 관심을 갖고 안 갖고 문제를 떠나버렸다. 한국이 중국과 사드 갈등을 겪고 있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한국 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열 배 이상 관심을 갖고 일대일로 활용 계획을 만들고 실제 추진 중이다.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정치와 외교, 그리고 문화, 인문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신북방, 신남방 정책과 일대일로의 융화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 한국이 지난 한 해 관심을 놓은 사이 일대일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중국의 정부가 지난해 일대일로 성적표를 최근 공개했다. 일부 과장을 고려해도 무시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여기엔 일대일로 후발주자 한국이 고민해야 할 단서들이 많이 담겼다.

지난해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 일대일로 관련 용어가 거론된 게 무려 3억 7700만 번.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 일대일로 관련 글과 보고서, 논문 등은 399만 편이다. 대부분 중국 국내에서 유통된 것이지만 이 정도면 중국인 대부분이 일대일로로 무장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한국이 중국과 어떤 부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교류를 하더라도 일대일로라는 화두는 비켜가기 힘들다는 시사다.

국제 사회의 관심도 꾸준하게 증가세다.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주창했을 당시만 해도 국제 언론의 관심도는 16.5%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23.61%까지 늘었다. 일대일로에 대한 해외 언론의 보도 비중과 여론 조사 등을 종합한 수치다. 전 세계 4분의 1에 가까운 시민, 혹은 국가에서 일대일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과 환담하는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출처: 신화망]

시진핑 주석과 환담하는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출처: 신화망]

유럽에서는 영국이 일대일로 기수가 된지 오래다. 지난 11일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예방해 양국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시 주석은 2015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와 함께 ‘양국 황금시대’ 개막을 선언하고 일대일로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러니 주요 국가들의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각국 언론 보도와 상호 협력 프로젝트 등을 종합해 산출한 일대일로 관심 5개 주요국은 미국과 인도·영국·러시아·호주 등이다. 이어 파키스탄·태국·터키·이탈리아 순으로 일대일로에 적극적이다. 관심국 상위 9위 내에 한국은 없다. 유럽의 이탈리아만도 못하다. 그만큼 일대일로를 무시하고 있거나 중국을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대일로를 봉쇄하고 저지할 것 같은 미국의 관심이 가장 크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일대일로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고 일대일로를 활용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라이벌이자 지금도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인도의 관심도 놀랍다. 분쟁과 국익을 별개로 생각하는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항구를 통한 해상 물류 실적이다. 2017년 5월 현재 중국은 유럽 아세안 등 36개 국가와 해운 혹은 하운(河運) 협정을 맺었다. 쌍방 물류를 촉진하기 위해 환적 혹은 하적 절차 등을 간소화하자는 내용이 주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 31개 항구와 물류 정보 공유 협정(2017년 11월 현재)도 맺었다. 디지털 일대일로를 위해 연선 12개 국가, 34개 구간에 대해 육해상 광케이블까지 깔았다. 지난해 12월 3일 열렸던 제2차 세계 인터넷 대회에서는 라오스·사우디아라비아·태국·터키·세르비아·아랍에미리트 등과 디지털 경제 국제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수출도 실효적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의 일대일로 연선 국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가 늘었다. 특히 러시아와 인도·말레이시아 등 국가와의 무역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연선 국가들의 대중국 투자 기업도 2893개로 전년 동기 대비 34.4%가 많아졌다. 실제  투자액은 42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은 이미 58개 국가와 각종 투자 협정을 맺었고 해외 각국과의 원스톱 투자 서비스 비율은 59%에 달한다.

금융 서비스 분야 실적도 두드러진다. 일대일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창립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회원국은 이미 84개 국으로 늘었다. 2016년 설립 당시 57개 국으로 출발했는데 이미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영향력이 확산됐다는 얘기다. AIIB 이사회는 지난해 9월 필리핀 마닐라 홍수 예방시설 구축에 2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필리핀 정부는 공사가 끝나면 무려 97만 명이 홍수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베이징 금융가에 있는 AIIB 본부 [출처: 신화망]

베이징 금융가에 있는 AIIB 본부 [출처: 신화망]

실크로드 기금은 그동안 17개 프로젝트에 대해 70억 달러 우선 투자를 결정했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총 80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연선 19개 국가에 중국 자본의 은행이 설립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이미 중국 인롄(銀聯·중국의 은행 연맹) 카드는 50개 국가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400만 카드 가입자를 확보했다. 중국은행들의 현금 인출기(ATM) 설치도 이미 40만 대에 달한다.

문화계 실적도 대단하다. 65개 일대일로 연선 국가 중 53개 국 734개 도시와 우호도시 협정을 맺었다. 이들 도시와 박람회, 상호 방문 활동, 영화제, 포럼, 공동 고고학 연구 등 교류 활동을 했다. 여행을 통한 인문 교류도 활발했다. 24개 연선 국가와 비자 면제 협정이나 도착 비자 협정을 맺었다. 단계적으로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 지역과 상호 관광 교류를 확대한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베이징=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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