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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문재인 여론, 요즘은 주로 페이스북·카톡 통해 전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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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06면

댓글 전쟁, 보수진영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털 댓글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의 난장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털 댓글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의 난장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댓글로)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넘쳐난다.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포털사이트도 공범이다.”

우파 명망가 글 뜨면 삽시간 공유 #보수정당 “우린 달빛기사단 없어” #문 지지자들 “지금도 조직적 운영” #이준석 “과거 댓글 업자 개점휴업” #여권은 ‘십알단’ 트라우마 여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최근까지 인터넷 댓글에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추 대표가 악성 댓글에 대해 공개 항의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달빛기사단 등에 맞선 보수진영의 댓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실제 18일 오전 2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 뿔났다”는 댓글엔 20분 만에 7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전체 1만5700여 개의 댓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공감한 댓글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20분 안에 그 정도로 공감을 표시할 순 없다. 기계적 댓글”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1만8000여 명이 청원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2000년대 댓글은 보수 진영의 강세였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층이 노풍(盧風·노무현 지지 바람)을 주도하자 중장년층이 댓글에 뛰어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2005년 소설가 이윤기씨가 “게시판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40~50대”라고 주장한 일도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조직화됐고 일부는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십알단’이 있다고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트위터·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홍보하고 경쟁자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부정적인 동영상과 패러디 사진 등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0월 서울시 선관위가 십알단을 운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윤정훈(44)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팔로어만 25만 명이던 윤 목사는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 7명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댓글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이 소위 국정원 퇴진 민간인으로 구성된 ‘양지회’를 중심으로 한 외곽 팀을 운영해 댓글 공작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 사이버사령부도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꿀오소리’들이 “댓글공작단에 밀려 2012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졌다”고 주장하는 논거다.

최근 보수 댓글 강세 현상이 조직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유한국당 쪽에서 주도하는 게 ‘십알단’식 댓글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국당이 지난해 9월 디지털소통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국당에선 그러나 “당이 그럴 능력이 없다”고 맞선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수 댓글의 중간 전파자’로 꼽는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도 “2010년 정치판에 들어와 보니 당시엔 (전문적으로 댓글을 다는) 업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검찰 수사로 개점휴업 상태”라며 “지방에 갔다가 열심히 댓글을 단다는 분을 만났는데 꽃집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강세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20대 보수 논객으로 한때 한국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여명 전 위원은 “한국당 이미지가 안 좋았을 때도 대북 강경책 여론이 높았다. 지금은 북한 이슈에다 비트코인·교육정책 등까지 맞물렸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들이 보수 지지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영이란 것이다.

전통적 보수층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들이 50대 이상의 남성이 30%를 넘으면 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거나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중장년층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같은 흐름은 온오프라인의 세 확산으로 이어졌는데 이달 초 인터넷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매체인 ‘팬앤드마이크’를 출범시킨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그런 경우다. 그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중계를 통해 “보수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너무도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원재 한국당 부대변인의 페북. [페이스북 캡처]

우원재 한국당 부대변인의 페북. [페이스북 캡처]

트위터를 애용하는 달빛기사단과 달리, 반문(反文) 의견을 만들어내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이준석 위원장은 “주로 SNS에 적극적인 명망가들”이라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공유를 통해 널리 전파된다”고 전했다. 보수 논객이어서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영입됐다는 우원재씨도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우파와 반문재인 성향의 자체적인 여론 클러스터가 형성되긴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도 전통의 소통 통로다.

고정애·이유정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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