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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현송월 방남 돌연 취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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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렸다.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지난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렸다. [통일부 제공=연합뉴스]

 15일 예술단 실무 접촉→정부, 23일 전후 사전점검단 방남 추측→19일 이른 오전 방남 통보→19일 오후 10시쯤 방남 취소.

한국 내 아이스하키 단일팀 부정적 여론 의식했나 #회담 전체 판 주도권잡기 위한 '밀당 전략'일 수도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파견할 예술단의 공연시설 확인을 위한 사전점검단 파견 문제로 남측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북측은 19일 오전 통지문을 통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포함된 사전점검단을 남측에 보내겠다고 제의했다.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둔 통보였다. 그리고 당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사전점검단 파견 중지’를 통지했다.

20일 방남 제의 자체도 정부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사전점검단 파견에 양측이 합의하긴 했지만 정부는 당초 다음주 23일부터 시작되는 상호간의 선발대 교류 때를 전후해 예술단 사전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통지문을 접수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전 9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급히 이 소식을 보고했다고 한다.

북측은 파견 중지 통보를 하면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9일 저녁만 하더라도 기자들에게 20일 오전 현송월 등의 동선을 파악해 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을 정도다. 통일부는 “주말에도 판문점 연락관이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으므로 관련 사항을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고, 현송월의 방남이 화제를 모으며 북한이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언론들이 해석한 것을 문제삼았을 수도 있다. 현송월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옛 애인이라는 설이 한국 내에서 여전한 것에 대한 불만일 가능성도 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린 15일에 맞춰 논평을 내고 “남조선 보수 언론들 속에서 동족의 성의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고약한 악설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며 “잔칫상이 제사상이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전체 회담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밀당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사전점검단 파견 중지가 예술단 공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현재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 열릴 북한 예술단의 공연 장소로는 서울에선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고척돔이 거론되고, 강릉에선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다.

현송월이 이번 예술단 공연의 총책임자가 되면서 그가 단장을 맡고 있는 모란봉악단 단원들도 남측에 파견될 예술단에 포함될지가 관심이다. 남측에 파견될 삼지연관현악단은 기존 악단들을 연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존의 오케스트라 중심 삼지연악단과 모란봉악단, 그리고 다른 악단을 연합으로 구성해 남측에서 공연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직접 기획하고 이끌며, 북한에선 김정은의 ‘친솔(親率)악단’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남측에 보내는 인적교류단을 구성하면서 여성을 단장으로 기용한 것은 2013년 6월 김성혜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나왔던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현송월에 대한 북한 당국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현송월은 지난해 노동당 간부인 후보위원으로 선출되며 여성 예술인으로선 드물게 정치적으로도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현송월은 여러모로 유용한 카드다. 남측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인물인 데다 남측 정부에도 깐깐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송월은 2015년 중국 베이징 친선공연을 준비할 때 중국 측에서 핵·미사일 배경 등을 문제삼자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했었다.

◇북한 “미국과의 대화 위해 한국 이용하라”=북한이 최근 당과 정부기관 간부들에게 “(남북대화에) 환상을 품지 말라”는 내용으로 교육을 실시했다고 19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자를 통해 간부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열리는 강연회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다. 강연회 내용에는 “정치·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지 않는 한 어떤 대화도 백해무익하다”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한국을 이용해야 한다. 대화로 주도권을 잡으면 한·미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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