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정적인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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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신진서 8단 ○탕웨이싱 9단

8보(95~105)=신진서 8단과 탕웨이싱 9단의 시선이 우상귀를 떠나지 않는다. 둘 다 눈으로는 반상을 더듬으며 머릿속으로는 맹렬한 수읽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읽기를 하는 계시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입을 떼지 않는 고요한 적막 속이지만, 소리 없는 반상 전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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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탕웨이싱 9단이 돌을 집어 들고는 96으로 상대 급소를 찔렀다. 흑의 근거지를 없애는 파괴적인 수다. 신진서 8단은 일단 97로 상대 돌의 마디를 끊어 놓은 다음, 101로 1선을 향해 늘었다. 그런데 아뿔싸, 101이 신진서 8단의 결정적 실수였다.

참고도 1

참고도 1

안성준 8단은 '참고도1'을 보여주며 "흑1, 3을 먼저 두었다면 손쉽게 백을 제압할 수 있었다. 이 판의 승부도 여기서 결정 날 수 있었다"며 "나중에 신진서 8단이 101을 둔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전했다. '참고도1'처럼 흑1, 3을 먼저 둔 다음 흑5로 공격하면 백은 꼼짝없이 잡힌다. 백10으로 젖혀봐도 흑11로 끊으면 속수무책.

참고도 2

참고도 2

이를 피하기 위해 '참고도2'처럼 백10으로 나가면 어떻게 될까. 백12, 14로 여기저기를 끊으며 몸부림치면 용케 중앙 위쪽이 살아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변 쪽 백마를 제물로 바쳐야 하기 때문에 백의 재앙은 끝나지 않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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