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생님 뺨 때리며 자식 잘되기 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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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부모에 의해 교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접수받은 교권 침해 사례 173건 가운데 학부모 침해가 전년보다 30% 증가한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교사의 뺨을 때리거나 지역 교육청.언론사에 교사를 음해하는 투서를 보내는 등 상식 이하가 비일비재했다. 상당 부분은 자녀가 교사에게 야단맞은 데 대한 반발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이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학생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던 우리의 전통적 스승관에 비해 세태가 너무나 변했다. 자녀의 잘못을 깨우쳐 주는 선생님에게 오히려 폭행.폭언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없는데 부모를 어떻게 존경하게 만들 것이며, 사회의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게 할 것인가. 이 사회는 천박하고 예의 없는 집단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재단에 의해 임용되는 사학 교사의 신분이 불안한 것도 문제다. 부당 파면당하거나 출산휴가 후 강제 퇴임 위기에 놓이는 등 신분 침해 사례가 21건이었다. 교사 41만여 명 가운데 사학 교사는 약 25%다. 그런데도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 교사의 신분 보장 문제는 외면했다. 정부.여당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개방형 이사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학 교사의 신분 보호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 교육 당국 역시 교권 침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교권이 침해되고 교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교육 당국은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라.

교사들도 학생.학부모의 존경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사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능력.인격이 부족할 경우 학생.학부모는 더욱 실망한다. 교직사회도 스스로 채찍질하고, 문제 교사는 과감하게 퇴출시켜 교권이 더욱 존경받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