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훈련 원윤종 vs 썰매 바꾼 프리드리히 ‘독·한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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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라이벌 열전⑤

변변치 않은 환경에서도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 조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후보다. 이들에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2014~15시즌부터 ‘봅슬레이 강국’ 독일의 간판 파일럿으로 활약 중인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28·독일)가 이끄는 ‘팀 프리드리히’다.

금빛 진검승부 벼르는 봅슬레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원윤종·서영우 #월드컵 안 나가고 평창 실전 훈련 #국제대회 휩쓰는 독일 프리드리히 #월드컵 도중 썰매교체 모험 성공

원윤종 vs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원윤종 vs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봅슬레이는 보통 조종수(파일럿)에 따라 팀이 나뉜다. 원윤종은 ‘봅슬레이 불모지’ 한국에서 시련을 이겨내고 한국의 간판 조종수가 됐다. 대학 체육교육과에 다니며 체육교사를 꿈꿨던 그는 2010년 학교 게시판에서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보고 도전에 나섰다. 썰매 전용 경기장이 없던 초기에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모형 썰매에 몸을 맡겼다. 2010년 11월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의 얼음트랙에서 처음 썰매를 탔다가 전복되면서 얼음벽을 깨 다른 나라 스태프들로부터 원망도 샀다.

[원윤종-서영우, 평창을 향해 원윤종-서영우, 평창을 향해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실전테스트 공개현장에서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17.10.18   yangdoo@yna.co.kr/2017-10-18 10:34:01/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원윤종-서영우, 평창을 향해 원윤종-서영우, 평창을 향해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실전테스트 공개현장에서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17.10.18 yangdoo@yna.co.kr/2017-10-18 10:34:01/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인미답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단 꿈을 가슴에 품은 원윤종은 전정린(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출전한 2013년 3월 아메리카컵 2인승 경기에서 처음 우승했다. 2013년 여름부터 대학교 과 후배인 서영우와 호흡을 맞춘다. 2014 소치올림픽에선 18위에 올랐다. 첫 올림픽은 그에게 큰 경험이 됐다. 2014~15시즌 세계 톱10(10위)에 진입한 원윤종은 2015~16시즌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우승한 끝에 세계 1위까지 올라섰다. 원윤종은 “처음엔 올림픽만 나간다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서 조금씩 올라갔다”고 말했다.

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최다 금메달 국가인 독일(16개·동서독 포함)에는 프리드리히가 있다. 16세였던 2006년 봅슬레이에 본격 입문한 그는 20세 때 국가대표로 뽑힐 만큼 독일의 기대주로 꼽혔다. 한국의 국군체육부대 격인 ‘경찰스포츠단’ 소속인 프리드리히는 토어스텐 마르기스, 마르틴 그로스코프 등과 번갈아 호흡을 맞춘다. 서영우와 줄곧 콤비를 이루는 원윤종과는 다르다.

지난 14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봅슬레이월드컵에서 경기를 치르는 독일 프리드리히-마르기스 조.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봅슬레이월드컵에서 경기를 치르는 독일 프리드리히-마르기스 조. [EPA=연합뉴스]

소치올림픽에서 8위를 한 프리드리히는 2014년 12월 처음 월드컵 1위에 올랐고, 2015~17년 3년 연속으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2016~17시즌에는 월드컵 종합 1위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평창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세계선수권에서 1위를 한 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꿈도 커졌다. 평창 트랙을 내 트랙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그의 스폰서만 60개가 넘고, ‘팀 프리드리히’라는 전용 팬샵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과 독일의 두 간판 조종수는 올림픽 시즌인 2017~18시즌 부침을 겪었다. 원윤종은 3차 월드컵 5위를 빼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5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프리드리히는 이번 시즌 1승뿐이다. 어차피 이번 시즌 승부는 올림픽. 원윤종은 승부수를 던졌다. 월드컵 출전을 접고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실전훈련 중이다. 홈 이점을 살려 실전 비밀훈련으로 감각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프리드리히는 썰매를 바꿨다. 새 썰매가 금메달 도전의 최대 변수다. 1~3차 월드컵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한 프리드리히는 5차 월드컵에서 새 썰매로 우승했다. 독일 ARD방송은 14일 프리드리히가 독일산과 오스트리아산 썰매를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원윤종도 2015~16시즌 세계 1위 당시의 라트비아산 썰매와 국내산 썰매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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