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아이라인에 미소 머금고 나타난 홍일점 현송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담 홍일점 北 현송월 …짙은 아이라인에 검은 정장

남북 실무접촉 10시부터 진행, 현재 정회 중…오후 속개 #현송월, 검은 수첩 앞에 두고 남측 대표 정면으로 응시 #北 문 대통령 비난에 대해 통일부, "북측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15일 남북 실무접촉에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통일부 제공]

15일 남북 실무접촉에 대표단으로 참석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통일부 제공]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진행 중인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 전체회의의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북측 대표단에서 이목을 끈 인물은 단연 홍일점인 현송월이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고 김정은이 직접 챙기는 ‘친솔(親率)’ 모란봉악단의 단장이기도 한 현송월은 이번 실무접촉엔 ‘관현악단 단장’ 명칭을 달고 나왔다. 통일부가 15일 오후 공개한 실무접촉 사진에서 현송월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앞섶엔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리되 입술 화장은 자연스럽게만 연출한 모습이었다. 머리는 반만 묶어 뒤로 풀어내린 모습이었다.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해 실무접촉 중인 남북 대표단. [통일부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해 실무접촉 중인 남북 대표단. [통일부 제공]

현송월 특유의 당당한 모습도 눈에 띈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마주 앉은 남측 대표단을 똑바로 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지 않고 약간 구부정하게 앞으로 당겨 앉았다. 현송월 앞에는 작은 검은 수첩이 놓여있었다. 실무접촉 시작에 앞서 대표단끼리 악수를 하는 사진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지 않고 아래쪽을 쳐다보며 손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현송월은 지난 2015년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친선공연차 베이징을 찾았을 당시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어디 기자인지 먼저 밝히라”는 당당한 면모를 보였다. 당시 중국 당국에서 공연 배경의 북한 핵ㆍ미사일 장면 등을 문제 삼자 “원수님(김정은)의 작품은 토씨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을 세 시간 남기고 전격 취소, 귀국하기도 했다.
현송월은 여성 예술인 가운데는 드물게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대좌(대령) 계급을 단 군인이기도 하다.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해 실무접촉 중인 남북 대표단. [통일부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해 실무접촉 중인 남북 대표단. [통일부 제공]

지난 2015년 친선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지난 2015년 친선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

남북간 실무접촉은 10시부터 35분간 전체회의가 진행됐으며 이후 12시부터 25분간 대표간 접촉이 이뤄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북측 예술단 공연과 관련해 일정ㆍ장소 및 무대 조건 등 기술적인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1시5분 현재 양측은 개별 오찬을 진행 중이며 오후에 수석대표 접촉 또는 대표접촉을 통해 실무 문제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이 지난 14일 관영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방을 쏟아낸 것과 관련,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이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도 여러 가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사정과 입장이 있다고 본다. 그 이상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는 14일 문 대통령의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 대해 “얼빠진 궤변” “가을뻐꾸기(철지난, 어처구니 없는) 소리”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방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 주장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과 15일 현재 판문점에서 진행 중인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의 중간에 나왔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또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할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북한 관영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다. 대신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통일부 백 대변인은 “북한이 보도한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 재개와 관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언급한 점도 문제 삼으며 “화해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라거나 “상전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가련한 처지”라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이와 관련한 공식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백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이 대표적이다. 백 대변인의 대북 반박 발언은 “우리 정부는 남북 간의 상호이해와 존중의 정신 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도에 그쳤다.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남북 접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