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좋은 관계…” 현재형? 미래형? 트럼프 발언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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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자신이 발언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WSJ)에 직접 반박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내가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I have)'고 그들에게 말했다고 잘못 보도했다"며 "나는 명백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나는 김정은 (북한의)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I'd have)’이라고 말했다. 큰 차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 갖고 있다” 발언 논란 # 트럼프 “WSJ이 틀려…가짜뉴스” 비판 # WSJ은 녹음 공개하며 “기존 보도 고수” # 백악관도 녹음파일 공개해 진실 공방 # WP·NYT “녹음 들어봐도 불분명 해”

이어 “다행히도 우리는 요즘 기자들과의 대화를 녹음한다”며 “그들은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그 의미가 뭔지 정확히 알았다. 그들은 단지 기사를 원한 것이다. 가짜뉴스!”라고 WSJ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지난 11일 WSJ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한 뒤 이를 보도했다. 그 중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진 듯하다고 말했지만, 김정은과의 대화 여부에 대한 확인은 거부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도 이틀 뒤 백악관은 WSJ이 잘못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13일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I’d probably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이라고 발언한 것을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듯하다(I probably have)’로 잘못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보도 직후 바로잡지 않은 데 대해선 “12일에 WSJ 측에 정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WSJ은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녹음 파일과 외부 서비스를 통해 받은 녹취록을 검토한 결과, 우리의 보도 내용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WSJ과 백악관 양측은 인터뷰를 녹음하면서 녹음을 푸는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WSJ은 “백악관이 기사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공개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샌더스 대변인도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그는 “여기 WSJ이 잘못 인용했다는 공식 녹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이, 국민이 직접 판단하라며 공개 검증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실제 트럼프의 발언이 현재형인지, 미래형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WP는 “녹음을 들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I’라고 했는지 ‘I'd’라고 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WSJ과 백악관이 공개한) 두 오디오 파일만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타당한지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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