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한·미 FTA, 미국 정치권 반발 줄이기 위한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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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

10년 이상 미국 상공회의소 국제관계 부서의 수장으로서 일하면서 경탄하는 국가를 꼽는다면 단연 한국이다. 한국은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 세계 상위권 경제 국가로 도약했다. 이번 주 한국을 방한하면서 한국이 세계 경제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다시 짚게 된다.

FTA는 양국 성장·투자에 기여 #미국 정계는 재계와 시각 달라 #여전한 장벽·규제를 걸림돌로 봐 #해소되면 한국 이득 더 켜질 것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대담하면서도 사려 깊은 개혁 정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왔다. 한국이 여러 나라와 체결한 양자 간 무역협정도 이런 정책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백미를 꼽는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경제계는 초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한·미 FTA를 지지해 왔다. 우리는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 비준되도록 하는 데 앞장섰으며, 현재는 한·미FTA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규범과 합의에 기반을 둔(rules-based) 무역’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인 미국 상공회의소와 경제계는 한·미 FTA가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이 시각이 미국의 정치권에서도 공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지적하면서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지지를 강화하려면 한국 정부가 몇몇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한국 투자를 어렵게 하거나 한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성공할 수 없도록 하는 각종 장벽이 그 예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문제, 미국 신용회사 및 국제 배송 서비스 회사들에 불공정한 대우, 미국 자동차 수입 장벽 문제 등이 포함된다. 또 예측불가능하고 일관성 없는 정부의 규제,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규정, 국내 기업 보호만을 염두에 둔 산업정책은 미국 재계의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심지어는 아시아 내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 이 때문에 한·미 FTA를 지지해 오던 일부 미국 기업은 한국의 미흡한 FTA 이행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정계 및 산업계에서 한·미FTA의 평판에 손상을 입힌다. 이런 장벽을 한국 정부가 해소해준다면 한·미 FTA에 대한 평판은 개선될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한국 투자가 늘면서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첫째, 청년실업 등 노동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국외 자본이 유입되면 한국 노동시장엔 더 다양하고 안정적이며 보수가 좋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가 유입되면서 한국 시장이 활기를 띠고 노동 생산성이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둘째로, 한국은 역동적이고도 혁신적인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가 되려고 한다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의약 산업 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제약 회사에 막대한 투자에 따르는 보상을 장려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한·미 FTA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기업 및 노동자들이 미국 시장을 넘어서 제3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 FTA는 투자·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준을 세웠다. 이 규정들은 한국 기업이 제3국 시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예컨대 데이터 현지화, 사이버 안보,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양국이 제3국 시장에 공동진출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본인은 한국 정부에 한·미 FTA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달하면서, 협약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방한하였다. 한·미 FTA가 유지되고, 또 이를 통해 양국이 갖는 혜택이 보호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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