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청탁 사라지고 예약 취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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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론의 집중 조명이 부담스러운지 직원들은 눈에 띄게 입조심을 하고 있다. 골프장 입구 경비실에서는 취재차량이 출입할 때마다 경비원들이 일일이 방문 목적을 묻고 어딘가에 전화로 알렸다.

골프 파문 전에는 주말이나 휴일에 110여 팀이 찾았지만 11~12일엔 각각 100팀을 밑돌았다. 12일 골프를 친 한 회원은 "소위 지역 명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경기 진행도 휴일답지 않게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인 때문인지 최근엔 부킹 청탁전화도 아예 없다"며 "이미 예약한 손님들도 취소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많이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클럽하우스에선 이용객끼리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클럽하우스 직원은 "총리 골프 파문 이후 골프를 하러 온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직원들까지도 회원들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자를 깊이 눌러 쓰거나 선글라스를 쓴 회원들도 전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한 회원은 "골프장 측이 총리 일행에게 '황제골프'기회를 제공하고 규정에도 없는 회원 대우를 해준 것은 과잉 접대"라고 불만스러워했다.

직원들은 잔뜩 굳은 표정이다. 골프 파문 초기부터 거짓 해명에 급급해 진실을 은폐.축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48%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이 골프장은 총리 골프 모임이 불거진 이후 총리 방문 사실조차 확인을 거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동반자 명단과 라운드 시간, 골프 경비를 낸 사람 등도 '고객 보호'를 내세우며 알려주지 않았다.

한 직원은 "피곤해 죽겠다"며 "어떤 식으로든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골프장 캐디들도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며칠 전 '내기 골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골프장 측의 입단속이 더욱 심해졌다. 캐디들은 취재 기자가 접근만 해도 "제발 오지 마라. 우리는 더 이상 아는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골프장 주변에서는 캐디들이 언론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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