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숨겨 놓은 딸 있다는 사실 최측근 통화 도청해 확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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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김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도청은 1999년 말 엄익준(2000년 5월 사망) 당시 국정원 2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엄씨가 숨지면서 김은성(61.수감 중)씨가 국정원 2차장 직을 맡았다.

검찰 관계자와 김 전 차장의 측근은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수사팀이 도청 실무직원들에게서 'DJ의 숨겨진 딸의 존재와 관련한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이를 수사 기록에 남겼다"고 말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정원 감청 담당부서인 8국 R-2(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 수집팀 직원들은 2000년 중반께 DJ의 숨겨진 딸의 존재와 관련된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 통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다고 한다.

대화를 함께 들은 당시 8국의 종합운영과장은 도청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지 않고 대화 원문을 그대로 8국장에게 건넸다. 8국장을 거친 '도청 원문'은 국내담당인 2차장으로 있던 김 전 차장에게 전달됐다. 김 전 차장의 한 측근은 "김 전 차장도 임동원(72.구속집행정지) 당시 국정원장에게 이를 곧바로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DJ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소문이 불법 도청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이처럼 수집된 도청 내용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도청 내용은 보고서 형태로 정리돼 하루 7~8건씩 8국장과 2차장, 원장에게 보고되는 것이 관례였다. 임 전 원장에 대한 공판은 13일 열리며 김 전 차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장혜수.문병주 기자

◆ DJ의 숨겨진 딸=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2000년 말 구속된 진승현씨 측이 지난해 검찰 등에 선처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진씨 측은 호소문을 통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등이 DJ의 숨겨진 딸(37)을 위해 진씨에게서 3억5000만원을 받아 딸의 어머니(2000년 6월 사망)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진씨에게 받은 돈은 특수사업비로 사용했다"며 "진실이 밝혀질 경우 국정 붕괴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딸의 존재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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