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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코미디 할 나이인데 …" 연예계 김형곤씨 조문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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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코미디언 송해(왼쪽)·이경규씨(오른쪽)가 11일과 12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김형곤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연합뉴스]

흰 와이셔츠에 검정 양복이 어색한 짧은 머리 소년이 12일 오후 6시 무렵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지하 장례식장으로 허겁지겁 들어왔다. 흰 국화로 겹겹이 둘러싸인 제단 위에서 아버지는 활짝 웃고 있었다. 향로 옆에는 평소 아버지가 즐기던 머핀 케이크 3개가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다. 소년의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아버지, 아버지…."

영국에서 공부하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라는 말을 듣고 이날 급거 귀국한 개그맨 고 김형곤씨의 아들 김도헌(13)군이었다. 귀국 후 차 안에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죽음을 알았다. 10여 분간 마음을 추스르고 빈소에 절을 올렸다. 얼굴은 충격에 못 이겨 여전히 붉은 색이었다.

고인의 빈소에는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를 비롯해 송해.심형래.이상용.이홍렬.최병서.서세원.김미화.박명수.이영자.서경석.이윤석.안상태씨 등 코미디언과 가수 태진아씨, 노사연.이무송 부부, MC 김승현씨, 탤런트 이경진씨 등 연예계 선후배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구봉서씨는 "고인은 젊은 코미디언 중에서 소재도 그렇고 시사풍자가 앞섰던 아까운 사람"이라며 "김형곤 같은 이가 또 나오겠느냐. 힘들다고 본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1980~90년대 김형곤과 함께 활약했던 심형래씨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함께 고생하며 동고동락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제부터 정말 재미있게 코미디를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너무 일찍 갔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편 그의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에 기증된다. 또 영정을 비롯한 그의 유품은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장된다. 이곳은 그의 절친한 후배인 양종철씨를 비롯해 탤런트 김무생, 영화배우 이은주, 가수 길은정씨 등 연예인들이 안장된 곳이다. 영결식은 13일 오전 7시 대한민국 희극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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