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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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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처럼 괄목할 만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은 월 급여 3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여성 근로자의 비율이 전체 여성경제활동 인구 중 1.4% 남짓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여전히 매우 낮다고 한다. 한국.일본.중국.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3개국을 대상으로 남녀의 사회 및 경제적 지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여성 성취지수는 65로서 13개국 중 12위로 나타났다고 홍콩의 한 신문이 3월 9일자로 보도했다고 한다. 여성 성취지수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도, 관리직 진출률, 남녀 고등교육 비율, 소득수준 등 4개 지표를 종합 평가한 지수로 100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하다는 뜻이다. 아시아 여성의 성취지수 평균치가 75.7이라니 우리는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현실 속에서도 더욱 힘든 여성들이 있다. 바로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가구주들이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가구주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 추세며, 이들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 가구 비율은 남성가구주 가구의 세 배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구주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다. 이외에도 미혼모 가구주는 통계 파악조차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극빈곤층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더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여성가구주 중 많은 수는 여성가구주가 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도 없는 여성들로서는 갑자기 사회에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막막한 일이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취업난 속에 이들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일은 거의 대부분이 단순 노무직일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육아 및 가사 등의 부담으로 인해 단시간 근로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육아나 자녀 교육이 이뤄질 수도 없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현재 정부 차원에서 생계보조비 등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생계보조비 지급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여성문제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꾸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비단 여성가구주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체로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과제는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다. 여성 문제는 더 이상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의 인간으로서 기본권인 평등구현이라는 기본명제를 차치하고서도, 여성 문제는 결국 모성보호와 직결되는 것으로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다음 세대의 양육과 직결된다. 우리 모두가 여성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다 같이 책임지고 더 이상 여성이 어떤 면에서도 차별받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최윤희 건국대·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