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우방 영국 방문 일정 전격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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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다음달 런던에서 열리는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를 대신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런던에 10억 달러(약 1조65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사관 건물을 최근 완공했다.

"영국 정부 준비, 의전 규모 불만" #추후 공식 방문 일정 미정 #"사상 유례 없는 외교적 결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데일리 메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정부의 준비나 의전 규모 등에 불만(unhappy)을 나타내 이를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영국 내 여론 악화로 일정이 계속 연기돼 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해 1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양국 합의에 따라 국빈 방문이 성사됐다. 영국 정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만남도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후 영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항의가 커지자 영국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일정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방문 대신 실무 방문 형식으로 다음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한 뒤 메이 총리와 만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에 대한 우려로 결국 이마저도 무산된 것이다. 가디언은 “더 소박한 계획(modest plan)도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데일리 메일은 “유례 없는 외교적 결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후 일정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덧붙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극우정당이 올린 반(反) 무슬림 동영상을 트위터에서 공유했다가 반발을 샀다. 당시 메이 총리와도 장외 설전을 주고받는 등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이후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했을 때 또 한 번 부딪쳤다. 메이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하지만 이후 우디 존슨 주영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의 갈등이 깊어졌다는 의견을 부인하면서 양국 관계가 돈독하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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