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트코인 채굴 전면 금지… '전기 끊기'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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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 세계 컴퓨터 전력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채굴이 중단될 경우 관련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WSJ "지난 2일 단속 지침이 지방 당국에 전달돼" #"막대한 자원 소비하면서 투기 조장" 전방위 압박 #비트코인 채굴 전 세계 컴퓨터 전력량 80% 차지 #전문가들 "시장에 혼란 우려"…국제시세 하락세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시장이 불법적인 돈 세탁 통로로 이용되는 등 금융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일 각 지방 당국에 채굴업체 단속 공문을 하달했다. ‘질서 있는 퇴출’을 요구한 이 공문은 특정한 시점(데드라인)을 전제하진 않았지만 전기요금, 토지 이용, 세금, 환경 보호 등 구체적 퇴출 유도 수단을 제시했다. 공문은 또 “채굴 업체들이 막대한 자원을 소비하면서 투기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기 공급을 제한시키는 방식으로 채굴 업체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는 대량의 컴퓨터가 동원되고 값싼 전기요금, 냉각에 유리한 환경 등이 중요한데 이런 조건에 제동을 거는 조치다.

미국 뉴욕 소재 연구기관인 차이날리시스Inc.(ChainalysisIn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일 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 세계 컴퓨터 전력의 80%는 중국에서 충당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전 세계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장위구르와 네이멍구 등 일부 저개발 자치구는 저가의 전기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채굴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세웠을 정도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다. 중국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채굴국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shutterstock]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다. 중국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채굴국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shutterstock]

하지만 중국은 암호화폐가 돈세탁과 탈세 등 금융 시장 교란에 사용될 수 있다며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암호화폐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관련 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자국 내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중단시켰다.

환경 측면에서도 암호화폐 채굴은 유해하다. 중국은 전력의 72%를 석탄발전으로 생산하는데 비트코인을 캐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석탄이 태워지고 배출가스가 대기 중으로 뿜어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앤트풀(22.4%), BTC닷컴(17.1%) 등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가장 많이 한 상위업체는 모두 중국계 기업이다.

차이날리시스의 필립 그래드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 전력 중단이 가시화된다면 이를 복구하는 데 수주 혹은 몇 달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1개가 채굴돼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4일이 걸리는데 만일 중국이 모든 채굴장의 전원을 갑자기 끊어버릴 경우 가늠하기 힘든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중국 당국의 단속 이전에 이미 일부 채굴 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스웨덴·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또 막대한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국 채굴업체들이 비트코인 시장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 한 채굴을 계속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당국의 채굴 금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일 미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약세가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중순 1만9300달러를 넘었다가 하락-반등을 거듭해 왔으며 10일 현재 1만4450달러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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