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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에게 유혹할 자유를” 카트린 드뇌브 ‘미투’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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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카트린 드뇌브. [로이터=연합뉴스]

카트린 드뇌브. [로이터=연합뉴스]

“성폭행은 범죄다. 하지만 누군가를 끈질기고 서투르게 유혹하는 건 범죄가 아니다. 남성들에게 유혹할 자유를 허락하자.”

프랑스 여성들이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계기로 촉발된 ‘미투 캠페인’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놨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75·사진) 등 여성 100명은 9일 일간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이들은 “남성이 권력을 남용해 직업적 관계에서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면서도 최근 논의가 남성을 매도하는 ‘마녀 사냥’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관해 “여성을 자유롭게 발언하게 하려던 취지가 변질돼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공모자·반역자라고 몰아세우고 있다”고 개탄했다.

기고문에는 ‘카트린 M의 성생활’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미술평론가 카트린 미예 등 문화예술계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스스로 “남자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증오를 표하는 페미니즘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현재 상황은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도덕적 반동주의자 세력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고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는지 적시하지 않았다. 또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면서도 ‘미투’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런 구분을 못 한다는 식으로 전제했다. 드뇌브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전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5)으로 유명해진 대배우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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