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文대통령 사죄 요구 거부, "1밀리도 안 움직여"주장 반복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10일 '일본이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투 트랙 한일관계'질문엔 "한국대통령에 들어라" # 아베 평창 올림픽 참석 가능성엔 "아직 검토중" # 주일한국대사관에 문 대통령 발언 공식 항의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일본 관방장관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위안부 합의는 1mm(밀리미터)라도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간 합의는 국제적으로도 아주 무거운 합의로, 착실히 실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에도 계속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리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나갈 때 할머니들도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합의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규정된 만큼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의 추가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일본에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가간 합의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책임을 지고 시행하는 게 국제사회의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발언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가 장관은 "그건 한국의 대통령에게 들으면 어떻겠느냐"며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답변하는 것은 삼가하겠다"고 했다.
 이는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입장 발표, 그리고 하룻만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중앙포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중앙포토]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 가능성에 대해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주일 한국대사관에 공식 항의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사죄 요구 등에 대해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엔 강 장관의 정부 입장 발표에 대해서도 공식 항의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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