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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보니 사고" 일본 85세 노인 차에 치인 여고생 2명 중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신을 차려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
9일 일본 군마(群馬)현 마에바시(前橋)시에서 85세 노인이 자동차를 운전하다 등교하던 여고생 2명을 치어 중태에 빠뜨렸다. 사고를 낸 노인은 경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사고가 났다”고 답해 인지 기능 문제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노인 운전자 사고를 계기로 고령사회인 일본에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5세 운전자 중앙선 넘어 여고생 탄 자전거 들이받아 #"왜 사고를 냈는지 모르겠다" 인지 기능 이상 때문인 듯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 시급…자율주행차 보급 시작 #

일본 군마현에서 85세 노인이 교통사고를 내 여고생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일본 ANN뉴스 캡처]

일본 군마현에서 85세 노인이 교통사고를 내 여고생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일본 ANN뉴스 캡처]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오전 군마현 지방도로 마에바시아카기(前橋赤城)선에서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로 뛰어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인근 고등학교의 3학년, 1학년 여학생을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후 차는 빙글 돌며 중앙선을 다시 넘어와 정차해 있던 경차와 충돌했다. 여고생 2명은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들이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부서진 자전거를 옮기고 있다. [일본 ANN 뉴스캡처]

경찰들이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부서진 자전거를 옮기고 있다. [일본 ANN 뉴스캡처]

현장에서 체포된 85세 노인은 시내에 있는 노인 복지센터에 가는 길이었다. 가족들은 “최근 벽을 들이받는 등 작은 사고를 일으켜 면허를 반납하시라 여러 번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은 지난해 치매 검사 및 시력 검사 등을 통과해 운전면허를 갱신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고령 운전자들이 유발하는 교통사고가 급증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경찰청은 올해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하는 70대 이상 고령 운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강화된 시력검사를 시범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운전자의 시야가 좌우 방향으로 얼마나 열려 있는지 확인했으나 앞으로 상하 시야까지 확인하는 정밀 검사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점차 모든 고령 운전자들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치매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행자나 운전자가 사망한 교통사고 가운데 운전자가 70세 이상인 경우는 2005년 전체의 7.4%에서 2015년에는 12.5%로 배 가까이 늘었다. 고령자들 사이에서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례도 늘어나 지난해 1~9월 75세 이상 노인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건수는 18만 4897건에 이른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고령층을 위한 자율 주행차 보급도 시작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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