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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남북 고위급 회담은 ‘비핵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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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오늘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이 주제다. 우리의 관심은 이번 회담에서 과연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다. 북핵 시계를 멈추게 할 거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물꼬를 트기 위해 어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밝혔듯이 우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과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셈법은 달라 보인다. 어제 북한의 선전 매체들은 일제히 한반도에서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을 깨는 것으로 ‘대규모 전쟁 연습’을 들고나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겨냥한 것이다. 또 ‘동족끼리 힘을 합치면’을 유달리 강조하며 ‘외세에 의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틈을 벌리려는 속셈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카드를 왜 꺼냈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에 유화적 손길을 내밀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깨는 한편 북한 핵 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게 아니었는가.

우리 대표단은 북한의 이런 의도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얼마 전 철강과 기계의 대북 수출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듯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날로 위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 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바람’에 매몰돼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빈틈을 허용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기술적 필요에 의해 잠시 제재를 완화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되 꼭 그 분야에만 국한하는 ‘핀셋’ 조치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남북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 고위급 회담에 임해 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