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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드레스 입은 배우들 "당신이 진실 밝혀라 새 시대 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현지시간) '빅 리틀 라이즈'로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수상을 휩쓴 여주인공들이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라 던, 니콜 키드먼, 조 크라비츠, 리스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빅 리틀 라이즈'로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수상을 휩쓴 여주인공들이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라 던, 니콜 키드먼, 조 크라비츠, 리스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LA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에는 색색의 드레스 대신 검은 물결이 넘실댔다. 트로피를 받은 수상자들은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을 포함, '여성'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7일 골든 글로브 가득 메운 검은 물결 #'미투'에서 '타임스 업'까지 열띤 캠페인 #윈프리 "더이상 미투라고 말하지 않길" #"우리가 새로운 이야기 써내려갈 것"

#우리는 왜 블랙을 입는가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은 대부분 검은 드레스 차림이거나 '타임스 업' 배지를 착용했다. [AP=연합뉴스]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은 대부분 검은 드레스 차림이거나 '타임스 업' 배지를 착용했다. [AP=연합뉴스]

시상식 분위기는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유명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성추문 스캔들 이후 자신의 성추행 및 성폭행 경험담을 털어놓는 ‘미투 캠페인(Me Too)’부터 최근 결성된 성폭력 근절 단체 ‘타임스 업(Time’s Up)’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검은 드레스 일색인 여배우들의 옷차림부터 드러났다. 웨인스타인에게 당한 성추행 경험을 앞장서 폭로했던 애슐리 주드는 시상식 직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글을 올려 “이제는 성추행과 성폭력을 끝장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블랙을 입는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완 맥그리거,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남자배우들도 ‘타임스 업’ 배지를 달고 나와 동참했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흑인 여성 최초로 세실 B 드밀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 윈프리를 소개한 리스 위더스푼(오른쪽)이 그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위더스푼은 올 초부터 '타임스 업'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EPA=연합뉴스

흑인 여성 최초로 세실 B 드밀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 윈프리를 소개한 리스 위더스푼(오른쪽)이 그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위더스푼은 올 초부터 '타임스 업'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시상식에서 공로상에 해당하는 세실 B 드밀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는 수상소감을 통해 “오랫동안 학대와 폭행을 겪어온 모든 여성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당신의 진실을 밝혀라.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윈프리는 1944년 백인 남성 6명에게 납치돼 강간을 당한 흑인 여성 고(故) 레시 테일러를 추모하며 “그녀는 남성들의 힘에 의해 진실을 말해도 듣지 않는 세상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다가 열흘 전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모두 훌륭한 여성들 덕분이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오늘 밤 이곳에 있다. 더이상 누구도 ‘미투(Me, too)’라고 말하지 않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윈프리는 ‘타임스 업’ 배지를 제작한 리스 위더스푼의 소개로 무대에 올랐다. 흑인 여성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골든글로브 사상 처음이다.

#우리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

영화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화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수상결과에서도 여성의 이야기가 강세를 보였다. 영화 부문은 범죄로 딸을 잃은 어머니(프란시스 맥도먼드)가 무능한 경찰 대신 범인을 찾아 나서는 코미디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가 드라마 작품상‧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각본상까지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TV 부문에서는 평범한 주부들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HBO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가 미니시리즈 작품상·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니콜 키드먼은 이 작품에 대해 “최근 우리 대화의 중심에 있는 학대에 관한 이야기”라며 “우리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생겨나길 바라고, 또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핸드메이즈 테일'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모스. [AP=연합뉴스]

'핸드메이즈 테일'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모스. [AP=연합뉴스]

동영상 플랫폼 훌루가 제작한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은 드라마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가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서 관리하는 길리아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여우주연상 수상자 엘리자베스 모스는 원작자인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을 인용, “우리는 그동안 책 속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더는 가장자리나 공백에서 살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바로 이야기 그 자체이자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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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민경원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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