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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한국 혁신생태계,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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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크루셜텍(주) 대표이사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크루셜텍(주) 대표이사

최근 글로벌 경제 강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경제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전략수립과 실행에 역량을 쏟고 있다. 한국 역시 혁신 창업을 통한 성장이라는 큰 틀을 세운 만큼, 새해에는 ‘계획’이 아닌 ‘속도감 있는 실행’을 보여줘야다.

우리가 탄핵·사드로 주춤하는 새 #중·일 혁신생태계 눈부시게 성장 #한국, 쉬운 서비스 창업서 벗어나야 #나간 기업 다시 부르는 정책도 필요

지금 한국은 고용·수출·인구 등의 3대 절벽 문제와 저성장, 양극화, 노령화 등 구조적 문제로 역동성을 상실하며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혁신 글로벌 경쟁력은 2010년도 12위에서 2016년도 20위로 점차 하락 중이며, 특히 과학기술 인적자원 분야 경쟁력은 하위권으로 미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급격한 변화는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탄핵과 사드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일본과 중국은 눈부신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리커창 총리의 ‘대중창업, 만중혁신’ 선언 이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혁신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한국경제연구원의 ‘한국 수교 25년 경제관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평균 4.7년이었던 한중 기술격차는 2015년 3.3년까지 좁혀졌다. 더구나 인공지능(AI), 드론 등 차세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이며, 2017년 상반기 기준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회형 창업의 수는 한국보다 200배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아베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인 ‘벤처챌린지 2020’을 기반으로 기존 강점인 원천기술 기반의 전통 기술혁신형 하드웨어 제조업의 유지·발전과 함께 서비스업 육성에 성공하며 급격하게 혁신생태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또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기반으로 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최근 혼다, 도요타 등 대기업 제조공장을 일본으로 유턴시키며 2012년 아베 총리 집권 이후 5년간 330만 명이 새로 일자리를 찾아 완전 고용상태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혁신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핵심기조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한국은 쉬운 창업의 확산을 위해 서비스 분야와 소프트웨어에 편중된 창업 정책으로 하드웨어 및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ICT 인프라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하드웨어·제조 분야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 우위를 가지기는 요원하다. 제조업의 경우 창업과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하드웨어·제조벤처를 함께 육성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또한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 역시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2012년부터 유턴 기업 지원제도를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유턴 기업은 아직 41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해 3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6년 6월 기준 해외투자 국내 기업은 1만1953개사로 이 회사들이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만 34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국내로 유턴한다면 즉각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에서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재정 투입 없이 세제와 입지 등을 지원하는 유턴 기업의 효과는 매우 매력적이다. 일본과 달리 리쇼어링 기업이 적다면,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무엇이 필요한지 듣고 이를 과감하게 정책에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고,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는 국내 혁신생태계의 존망과 발전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3기 벤처정책이 시작되는 해다.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돌파의 해법으로서 혁신생태계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고 결정권자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 프레임의 혁신을 기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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