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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원 연봉 확인 가능해진다 …독일서 '임금공개법'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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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원이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회사에 요청해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임금공개법이 독일에서 6일(현지시간) 첫 효력을 갖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금기시해 왔던 임금 정보를 공개해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 정책을 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아이슬란드 등도 관련 법을 시행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남녀 임금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200인 회사 임금 내역 공개해야 #아이슬란드·영국 등서도 "남녀 임금 격차 해소" 시동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AP=연합뉴스]

 FT 등 외신에 따르면 법 시행으로 독일에서 200명 이상 회사에 근무하는 1400만명은 자신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직원의 임금 자료를 요구할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직원이 500명 이상인 회사는 정기적으로 급여 체계 정보를 갱신해 같은 위치의 직원들은 같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무로 알려야 한다.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은 성별과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른 것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지만 남녀 임금 평등 문제와 관련해선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한참 떨어진다. FT는 “독일은 유럽 국가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 중 하나”라며 “에스토니아, 체코 다음으로 심하다”고 지적했다.
FT가 인용한 유럽연합(EU) 자료에 따르면 독일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평균 22% 덜 받는다. 이는 EU 회원국 평균(16%)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격차가 여성들이 주로 저임금 직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일에서 동료 직원의 임금 정보를 요청해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임금공개법이 6일(현지시간) 발효됐다.[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독일에서 동료 직원의 임금 정보를 요청해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임금공개법이 6일(현지시간) 발효됐다.[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앞서 독일 정부는 회사가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임금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이를 증명하기 어려웠다. FT는 “새로운 법에 따라 개인은 그들의 고용주에게 자신의 월급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독일 가족부는 “‘월급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금기를 깨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있다. 기업주들은 이를 “과도한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직장 내 적대감을 조장하고 회사에 불필요한 관료주의(red tape)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사생활 침해·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독일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북유럽 국가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모든 고용주가 남녀 간 임금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증명하는 내용의 법을 시행했다. 아이슬란드의 성별 임금 격차는 14~20% 수준이다.
최근에는 남성 직원에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도록 했다. 아이슬란드는 5년 내에 남녀 임금 격차를 없앨 방침이다.
영국도 직원 250명 이상 기업들은 임직원의 성별 봉급 차이를 조사해 4월까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남녀 간 임금 격차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성별 임금 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줄인다고 공약한 바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6.7%(2014년 기준)로 조사됐다. 15년째 1위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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