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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소녀시대부터 트와이스까지 … 걸그룹은 왜 계속 나오는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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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걸그룹 경제학

걸그룹 경제학

걸그룹 경제학
유성운·김주영 지음
21세기북스

연습생이 하나의 직업군이 된 시대다. TV를 틀면 아이돌 육성은 물론 재기 프로그램이 나오고, 데뷔에 성공하고도 다시 출발선에 서는 연습생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궁금해진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왕좌에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

한국사를 공부한 기자와 사회학을 전공한 빅데이터 엔지니어가 만나 그 답을 찾아 나섰다. 아니 각각 소녀시대와 트와이스를 마음속에 품은 팬 두 명이 의기투합해 이들이 응원하는 그룹의 세력도를 증명하기 위해 ‘덕업일치’ 정신을 발휘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지도에 반영됐을 법한 개별 데이터를 추적해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 현존하는 걸그룹은 몇 팀인가. 2세대 걸그룹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데뷔한 2007년부터 3세대 대표주자인 트와이스가 궤도에 오른 2016년까지 212팀이 데뷔했다. 성공 확률은 얼마인가. 그중 인지도가 형성된 팀은 34팀. 인구 20%가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대략 적용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계속 새로운 팀이 탄생하는 이유는? 시장 집중도를 파악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를 보면 2011년 기준 빅3 기획사 소속인 소녀시대와 에프엑스(SM), 미쓰에이(JYP), 투애니원(YG)의 점유율 제곱의 합은 814.85로 덜 집중화된 시장에 해당한다. 그러니 현아가 소녀 가장이 되어 포미닛을 이끌어도, 크레용팝이 헬멧을 쓰고 점핑을 하더라도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되는 것이다.

낯선 경제학 용어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비교 우위의 법칙에 따라 태연이 소녀시대 메인 보컬을 맡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걸그룹 팬이라면 치밀한 분석의 희열을, 마케팅 전문가라면 데이터를 역산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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