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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천국에 국민 소득 1억원···아부다비 최대 고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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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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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줌업 S-박스]  1인당 GDP 10만 달러에 복지가 넘칠 수록 고민 깊어가는 아부다비  

루브르 아부다비의 야경.

루브르 아부다비의 야경.

1971년에 영국 보호령이던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7개의 에미리트(이슬람 토후국)가 한 나라를 이뤄 독립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와 가스로 번영을 구가한다. 원유 매장량은 세계 7위, 가스 매장량은 세계 17위다. 특히 석유 자원의 대부분이 몰린 아부다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작업복을 입고 땀 흘려 일하는 국민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아라비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숙련된 기술자와 도전적인 기업인이 다량 필요한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의 발전을 애초에 기대하기가 힘든 구조다.

석유 넘치고 오일달러가 흐르며 복지수준 높은 그들의 고민 #방한 예정인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석유 집중 아부다비는 1인당 GDP 10만 달러 수준의 초부자 #숙련 기술자, 두뇌, 그리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

아랍에미리트의 인도계 이주민들이 휴일을 맞아 아부다비 왕궁 근처의 아부다비 팰리스 호텔을 보러 나왔다. 아랍에미리트는 거주자 네 명 중 한 명이 인도인이여, 에미리트인은 11.3%에 지나지 않는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아랍에미리트의 인도계 이주민들이 휴일을 맞아 아부다비 왕궁 근처의 아부다비 팰리스 호텔을 보러 나왔다. 아랍에미리트는 거주자 네 명 중 한 명이 인도인이여, 에미리트인은 11.3%에 지나지 않는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전체 인구의 11.3%를 차지하는 에미리트인(현지인)은 편안한 공공부문 사무직을 선호한다. 아랍에미리트를 찾은 외국인이 에미리트인을 확실히 볼 수 있는 곳은 아부다비와 두바이 국제공항 출입국 심사대뿐이라는 농담에서 뼈가 느껴지는 이유다. 국경을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는 아무래도 아웃 소싱을 하기 곤란해 공무원이 직접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과 서비스 등 힘든 일은 대부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의 몫이다. 택시를 타도, 식당에 가도, 큰 빌딩에 들어가도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인도 아대륙에서 건너온 사람이다. 이를 두고 서구 언론은 중동 산유국 도시들이 거대한 '인디언 타운'이 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온통 공용어인 영어만 들릴 뿐 '슈크란(감사합니다)' 같은 간단한 아랍어 한마디 듣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아부다비 사이야트 섬에 지난해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하변 카페에서 인도계 이주민들이 휴식하고 있다. 멀리 아부다비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아부다비 사이야트 섬에 지난해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하변 카페에서 인도계 이주민들이 휴식하고 있다. 멀리 아부다비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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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수준이 높다 보니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상당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세금도 없다가 올해 비로소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방문한 아랍에미리트 현지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세금이었다. 여기에 정부 보조까지 더해 생필품의 경우 상당히 낮은 물가를 유지해왔다.

아랍에미리트는 생산보다 소비가 발달한 국가다. 수도인 아부다비의 마리나 몰에 있는 명품 가게의 브랜드 이름이 알파벳과 아랍어로 적혀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아랍에미리트는 생산보다 소비가 발달한 국가다. 수도인 아부다비의 마리나 몰에 있는 명품 가게의 브랜드 이름이 알파벳과 아랍어로 적혀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경제에서 석유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있다. GDP의 60% 이상이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걸프 산유국 평균인 45%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다만 국내에서 석유 플랜트를 제작하고 여기에 사용하는 철강을 자체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등 아라비아만 연안 산유국 중 드물게 자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번에 한국에 오는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역할은 이런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혁신하는 일이다. 왕실이 그에게 맡긴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무엇을 보고, 의논하고, 제안하고 갈지 궁금하다.

아랍에미리트는 석유와 몇몇 농산물 외에 마땅한 생산품이 없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대추야자라고 한다.사진은 두바이산 대추야자.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아랍에미리트는 석유와 몇몇 농산물 외에 마땅한 생산품이 없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선물로 가장 많이 권하는 것이 대추야자라고 한다.사진은 두바이산 대추야자.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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