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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서초의회 짜깁기 해외여행 보고서 ‘표절이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청 청사 [News1]

서울시청 청사 [News1]

서울시가 강남과 서초구 의원들이 제출한 국외공무여행 보고서가 표절이라고 인정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시민감사위)는 강남·서초구의회의 국외공무연수 보고서가 온라인에 게시된 글을 그대로 옮겨 붙이거나 다른 구의 보고서를 짜깁기해 작성됐다는 시민들의 감사청구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노동당 강남·서초 당원협의회는 2016년 강남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와 서초구의회가 진행한 공무여행과 연수보고서가 온라인에서 수집한 근거 없는 자료로 채워졌으며, 일부는 다른 구의 보고서 내용을 표절했다며 각 구 주민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그리고 5일 서울시 시민감사위는 “일정 부분에서 표절이라고 인정된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강남구의회 행정재경위원회는 2016년 5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오시마, 오카야마, 고베 등을 방문하는 국외연수를 진행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연수도시의 설명을 서술하면서 나무위키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었다. 각주 번호나 괄호 설명도 지우지 않고 긁어다 붙인 부분도 여럿이었다. 여행 기사나 여행 정보사이트 내용 등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한 부분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시민감사위는 “언론 기사나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지만, 나무위키 같은 인터넷 지식을 그대로 복사한 건 대중에게 공개된 일반서술이므로 명백한 위법행위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작성한 감사 내용중 일부 [News1]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작성한 감사 내용중 일부 [News1]

서초구의회의 경우, 2016년 10월 8박 10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해외연수를 다녀와 쓴 보고서가 4년 전 강동구의회 의원들이 같은 지역을 방문하고 작성한 보고서와 상당히 유사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서초구의회는 원래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보고서를 삭제하고 내용을 수정한 뒤 다시 게재하기도 했다.

시민감사위는 서초구의회가 강동구의회의 국외공무연수 결과 보고서를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인용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서초구의회가 인용한 강동구의 보고서가 공공저작물로 저작권법에 저촉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실을 인용한 것은 위법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편, 시민감사위는 강남구와 서초구의회가 저작권법을 어길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 각 구청에 보고서 작성 시 인용 출처를 반드시 명시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할 것과 의원들에 대한 안내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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