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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합동훈련 연기에 … 美 “남북 대화는 올림픽에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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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통화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ㆍ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통화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ㆍ연합뉴스 자료사진]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전략을 지속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합의했다"며 "미국과 한국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고위 대표단을 올림픽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며 "두 정상은 한미 양국 군이 올림픽의 안전보장에 주력할 수 있도록 올림픽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de-conflict) 하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올림픽 이후 훈련 재개", "화해 손짓인지 책략인지 몰라" #국무부 노어트 대변인은 "대화는 좋은 것", "대화는 올림픽과 국내 이슈로 제한" 견제

다만 청와대가 공개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측 발표문에는 없었다. 또 '가족 파견'도 빠졌다.

한편 이날 양국의 합동군사훈련 연기가 공식 발표된 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평창 패럴림픽(3월9~18일 예정)이 폐막한 이후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중앙포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중앙포토]

그는 이번 군사훈련 연기 결정이 정치적 이유보다는 "현실적 이유로 이뤄진 것이며 우리는 가끔 (훈련) 일정을 많은 이유로 바꾼다"고 덧붙였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이 남북 간 대화에 나서려는 것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큰 압박이 있었기 때문인 것은 명확하다"며 "'상냥한(benign)' 이슈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게 북한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것이 진짜 '화해의 손짓(olive branch)'인지 그저 하나의 책략(dodge)인지 모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부의 해더 노어트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최대의 압박' 전략이 없었으면 전화통화(한국에 대한 북한의 대화 제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 정상은 남북 간의 대화가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

다만 "이들 (남북)대화는 올림픽과 몇몇 '국내 이슈'로 제한될 것(These talks will be limited to Olympics and some other domestic issues)이며 그 이상 가지 않을 것(Not beyond that)"이라며 "나에겐 우리의 초점이 올림픽이었다는 것 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간 대화가 '최대의 압박과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흔드는 범위로까지 확대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남북 간 협상 결과가 유엔의 대북제재 취지에 위반하는 결과가 되는 건 안 된다는 점을 '올림픽과 국내 이슈로 제한'이란 표현을 통해 완곡하게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측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비용 지원, 고려항공 편으로 한국에 오거나 한국 크루즈선이 북한에 가 대표단을 데려오는 것은 유엔 대북제재에 위반되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외교소식통은 "남북 간 대화의 주요 이슈는 올림픽인 만큼 그와 관련한 내용들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밖의 사안들을 논의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한미 양국 모두 꺼내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즉 북미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 남북이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어트 대변인도 브리핑 말미에 "남북 간 만남이 미래의 뭔가로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미래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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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의 합의를 대체적으로 반겼다.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는 "목요일 아침의 뉴스(한미정상 통화)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당분간, 그리고 조금은 줄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문 대통령에 양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CNN도 "트럼프의 보다 쿨(cooler)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당장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다만 군사훈련이 취소가 된 게 아니라 연기가 된 것이니 만큼 뭔가 변화가 없는 한 올림픽이 끝나면 또 이전과 같은 주기(cycle)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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