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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다시 정수기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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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웅진그룹이 5년 만에 정수기 사업에 재진출한다고 3일 밝혔다. 웅진은 지난 2013년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며 5년간 정수기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경업(競業)금지’ 조항에 사인했다. 지난 2일로 이 제한이 풀리면서 다시 정수기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사업 매각할 때 조건 ‘5년금지’ 끝나 #상반기 중 새 제품 선보이기로 #코웨이 입지 탄탄해 도전 쉽잖을 듯

웅진그룹 안지용 전무는 “정수기 사업 재진출은 자체 브랜드 론칭과 코웨이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이날 설명했다. 아직 브랜드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웅진은 지난해 12월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며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웅진은 곧바로 정수기 렌털 사업에 필요한 지점장과 지국장 등 인력 채용에 나섰다. 상반기 중 정수기·매트리스·공기청정기·비데 등의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웅진의 전략은 인수 대상 기업과 경쟁을 벌이며 압박하는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웅진의 자신감은 지난 1998년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털이라는 신사업에 뛰어들어 시장을 개척한 데서 비롯된다. 웅진 관계자는 “5년간 정수기 사업을 안했지만, 여전히 이를 위한 물류·기술력·방문판매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어 곧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다. 웅진이 매각한 코웨이는 정수기뿐만 아니라 매트리스 등 홈 렌털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5889억, 영업이익 1270억원으로 역대 3분기 중 최대를 기록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지난해 목표로 세운 매출 2조6760억, 영업익 4940억원을 무난히 넘어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웅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를 합한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2256억과 154억원으로 코웨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MBK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6.8%는 최근 10만원 안팎의 주가를 고려하면 1조9000억~2조원에 달한다. MBK는 느긋하다.

MBK 측은 “전략적인 검토를 할 수는 있지만 어떤 액션을 취할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와 경영권을 합하면 시장 가치는 3조원대”라며 또 “정수기를 비롯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홈 테크에 사물인터넷(IoT) 등이 결합하면 성장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시장가치 외의 ‘프리미엄’을 1조원 정도로 자체 추산하는 셈이다. MBK는 지난해 블록딜을 통해 5%의 지분을 9만8000원에 장외 매도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이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운신의 폭이 좁은 윤 회장이 투자 유치 등을 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방판(방문판매)’의 원조라는 윤 회장이 움직이면 투자자가 모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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