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고 매출 상권' 2위는 강남 삼성역…1위는? 빅데이터 분석 공들이는 대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이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상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상권 분석서비스 ‘지오비전’이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 상점들은 이 기간 동안 총 5조83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인들의 1인당 월평균 매출 순위에서도 광화문 인근이 약 39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의 모습. [중앙포토]

지오비전은 SK텔레콤이 2010년부터 B2B(기업 간 거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상권 분석 서비스다. 현대카드ㆍSK플래닛ㆍ부동산114 등 기업들과 협력해 상권 규모, 시간별 인구 유동량, 지역별 소비 수준 등을 데이터로 가공해 판매한다. 각 기업이 수집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모아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데이터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번 상권 조사에는 SK텔레콤 기지국이 수집한 시간대ㆍ성별ㆍ연령대별 통화량, SK플래닛의 지도 정보, 현대카드의 가맹점 매출 통계, 부동산114의 부동산 시세ㆍ매물 정보 등이 활용됐다. 여러 종류의 정보들을 SK텔레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역별 매출, 1인별 매출을 추정하는 것이다.

1위를 차지한 광화문은 지난 2013년 같은 조사에서 총 7411억원의 매출을 올려 20위에 불과했다. 4년 만에 매출이 7배 넘게 뛴 것이다. 특히 광화문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시청역, 종각역 상권의 매출까지 묶으면 총 매출은 12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광화문 외에도 전국 상권 순위는 4년 새 크게 달라졌다. 2013년 조사에서 5위 안에 들었던 ^강남역 아래(1위) ^강남역 위(2위) ^압구정(3위) ^신사ㆍ논현역(5위) 중에서 2017년 조사에서 5위 안에 남은 곳은 강남역 위(4위)밖에 없었다. 강남역 위란 지하철 강남역을 기준으로 신논현역 방향 쪽을 가리킨다. 강남역 아래 상권이 크게 위축된 데는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이 최근 경기도 수원으로 대부분 이동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2013년에 3위였던 압구정역 상권은 이번 조사에서 19위로 떨어졌다.

비(非) 강남 지역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시청역(5위), 종각역(6위), 천호역(7위), 영등포구청역(8위)은 2013년 조사에서 종각역을 제외하고는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던 곳들이다.

2013년~2017년 전국 최고 매출 상권 변화. [자료 SK텔레콤]

2013년~2017년 전국 최고 매출 상권 변화. [자료 SK텔레콤]

지오비전 서비스를 담당하는 하도훈 SK텔레콤 부장은 “강남의 대표적인 상권들은 수년간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강북 지역은 2016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촛불집회 등 대형 행사들로 소비 인구를 많이 밀집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화문이 약진할 수 있었던 데는 촛불집회가 큰 역할을 했지만 당분간 큰 집회가 열리지 않는 이상 다시 매출 상승세가 수그러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2일 오전 첫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사거리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최승식 기자]

2일 오전 첫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사거리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런 상권 분석 데이터는 유통ㆍ금융ㆍ제조업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한다. 백화점ㆍ편의점은 인근 상권을 관리하고 매출 예측을 최적화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을 내고 싶은 고객이 역삼1동의 상권 분석을 의뢰하면 지오비전은 역삼1동의 주거 인구와 직장 인구의 비율을 강남구의 인구 비율과 비교, 분석해준다. 또 역삼동의 편의점 수와 편의점 매장의 지속 기간도 인근 지역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홍성 SK텔레콤 데이터유닛장(상무)는 “여러 산업군의 기업들과의 ‘데이터 협업’을 통해 차원이 다른 고품질의 빅데이터를 가공해낼 수 있다”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생성ㆍ검색ㆍ활용하는 산업이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C카드도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 상권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권 분석한 결과를 경기도 안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해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자사의 콜택시ㆍ대리기사ㆍ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로 전국 교통망과 모빌리티 서비스의 진화를 분석한 내용의 153페이지 분량의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