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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가열 담배'로 이름 바꾸고 세금 더 올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금연학회, 궐련형 전자담배에 첫 공식 입장 발표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흡연하고 있는 남성. 대한금연학회는 이러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명칭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흡연하고 있는 남성. 대한금연학회는 이러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명칭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아이코스ㆍ글로ㆍ릴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대한금연학회의 첫 공식 입장이 나왔다. 담배 전문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를 줄이기 위해 이름을 '가열 담배'로 바꾸고 세금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연학회, 아이코스 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지적 #"해롭지 않다거나 금연 보조제로 보는 국민 많아" #전자담배로 분류, 기존 궐련보다 '덜 유해' 생각 #"담뱃잎 쓰기 때문에 니코틴액 전자담배와 달라" #안전성·간접 노출에 대한 담배회사 주장도 반박 #궐련과 동일한 규제 강조 "경고그림 10종 부착"

 학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잘못된 인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담배 회사가 '건강상 덜 위해하다'거나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선하 금연학회장(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이 크게 늘면서 학회에서도 통일된 입장을 내놓게 됐다. 인체에 별로 유해하지 않다거나, 일종의 금연 보조제라고 오해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파는 매장 내부. [연합뉴스]

서울 시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파는 매장 내부. [연합뉴스]

 이 때문에 현재 쓰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용어 대신 '가열 담배'로 변경해야 한다고 최우선으로 권고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전자장치를 사용하는 담배제품은 모두 전자담배로 분류되고 있다. 학회는 이로 인해 일반인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도 전자담배의 일종으로,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로울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니코틴 액체를 쓰는 전자담배와 담뱃잎을 직접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끊이지 않는 논란

 또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 간접노출 위험에 대한 담배 회사의 주장도 반박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주요 독성 물질이 상당 수준 배출되고 있으며, 급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온 미세 입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폐까지 이동한다는 논문도 제시됐다.

 학회는 담배의 유해성을 단지 담배 한 개비의 성분이나 배출 물질에 포함된 유해성분의 양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 사회 전체의 파급효과를 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KT&G에서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 제품 상단에 주사기 모양의 경고그림이 붙어있다. 대한금연학회는 경고그림을 일반 담배와 똑같이 10종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합뉴스]

최근 KT&G에서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 제품 상단에 주사기 모양의 경고그림이 붙어있다. 대한금연학회는 경고그림을 일반 담배와 똑같이 10종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도 국제적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일반적인 담배 제품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궐련 대비 90% 수준으로 부과하는 세금도 100% 같은 기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봤다. 이성규 금연학회 총무이사(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경고그림 10종 부착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재처럼 주사기 모양의 경고그림 하나만 부착된다면 국민이 일반 궐련보다 약한 담배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상자별 세부 권고안도 처음 제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권고안을 먼저 내놓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일본 측 학회에는 없는 내용이다. 의료인에겐 금연 목적으로 흡연자에게 궐련형 전자담배를 권고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흡연자에겐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간접흡연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금연학회의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권고 사항

▶정부
궐련형 전자담배 대신 가열 담배로 명칭 변경해야. 담배 회사 마케팅 활동을 적극 규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에 대한 모니터링 조사 신속 진행해야
▶의료인
금연을 목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흡연자에게 권고하지 말아야. 금연 원하는 흡연자에겐 효과 입증된 치료 시행해야
▶흡연자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근거 없어. 건강을 위해서 모든 종류의 담배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비흡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도하지 말고, 간접흡연 노출을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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