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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변에 ‘마릴린 먼로’가 뜬금없이 등장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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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SNS캡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SNS캡처]

강원 인제군 소양강변에 마릴린 먼로 동상이 세워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강원도 인제군에 마릴린 먼로 동상이 세워졌다고 후배가 사진을 보냈다"며 2장의 사진과 설명을 올렸다.

황 소장에 따르면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말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하나로 인제군 인제읍 소양강변에 먼로 동상을 세웠다.

소양강 인제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인제군 인제읍 합강·상동·남북리 소양강변에 산책로, 생태관찰로, 광장,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한 사업이다.

사업비 61억원을 들여 2016년 3월 착공, 2017년 12월 준공했다.

원주국토관리청은 관광객 유입 활성화를 위해 1954년 미군 부대 위문 공연을 왔던 마릴린 먼로의 인제방문을 스토리텔링 해 먼로 동상을 세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뉴욕 지하철 환기구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를 붙잡은 영화 '7년 만의 외출' 장면을 형상화한 이 동상 제작과 설치에는 약 5500만원이 들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SNS캡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SNS캡처]

원주국토관리청의 의도와 달리 미군 기지에 미군을 만나러 온 먼로를 굳이 동상까지 세워가며 기념해야 하는지,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소장은 "먼로가 인제 미군기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기념이라고 여기는 설치자들의 수준이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 "먼로는 강원도 인제에 온 것이 아니라 단지 미군기지 하나에 온 것뿐이다"라며 "기념물은 집단의 기억인데 과연 마릴린 먼로가 역사성, 문학성, 지역 정체성 등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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