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엔 대화, 미국엔 핵버튼'에 "김정은 지켜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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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남북대화를, 미국엔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 연설에 대해 “지켜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 "한미동맹 틀어지게 하려는 이간책" #뉴욕타임스 "북핵위기 해빙 가능하다는 신호" #향후 북미 직접 대화 "핵보유 인정" 노림수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 파티에서 기자들이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반응을 묻자 “지켜볼 것(We’ll see)”이라고만 두 차례 반복했다.

파티 인사말에서도 “우리는 위대한 감세법안과 오바마케어 의무가입 폐지와 함께 매우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환상적인 2018년을 맞을 것”이라고만 하고 김 위원장 신년사나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멀린 전 의장 "美, 어느 때보다 북한과 핵전쟁에 가까워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파티에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파티에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AP=연합]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며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는 데 주목했다.

유언 그레이엄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안보국장은 CNN에 “김정은의 오늘 연설은 일종의 승전 선언처럼 내부적으론 핵무기가 자신 1인 통제 아래 있음을 과시하고 미국엔 자신들이 이미 작동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해 미국을 억지할 힘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이날 연설은 보다 회유적인 어조의 연설이었지만 동시에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며 “최근 수개월새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은 최고조에 도달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정은 연설 전이지만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과 핵 전쟁에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북한의 핵개발 억제를 위해 보다 공격적 접근을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수사가 있는 현재 특정 시점에선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발언은 많았지만 실현은 잘 되지 않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을 향한 유화 발언들은 한ㆍ미동맹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 "북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 북·미 협상에 나설 수도"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대화 제안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휴전 제안을 한 것”(블룸버그), “올리브가지를 내민 것”(워싱턴포스트)이라는 등 향후 협상에 기대를 거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의 남북회담 제안은 북핵위기의 해빙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북한이 지난해 11월 ICBM 발사 직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려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계기로 앞으로 미국과 직접 대화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달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며 “북한은 대화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며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릴 킴벌 미국 군축협회 사무국장은 “핵전쟁과 북한 완전한 핵전력 작전배치를 막기 위해 한ㆍ미 양국 지도자들이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평창올림픽이 오판에 의한 전쟁가능성을 줄이고 북한과 논의를 시작하는 데 딱딱한 분위기를 깨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를 위해 최대한 군사ㆍ경제ㆍ외교적 고립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보유 용인을 요구하는 협상이 쉽게 열리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미국과 어떤 대화에서든 북한은 핵무장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북한의 ICBM은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핵무기를 갖고 경제제재 완화와 주한미군 감축을 대가로 얻는 일종의 군축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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