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지주 회장 선출, 경쟁 시스템 제대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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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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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암호화폐 열풍을 ‘거품’이라고 지적하며 과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 될 때까지 계속 압박 #암호화폐는 거품, 거래세 매겨야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은 부적절

최 원장은 27일 금융포럼 송년 간담회에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때만 해도 페이스북, 네이버처럼 형태가 있었는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형태가 없다”며 “나중에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 암호화폐 관련 조치를 물으니 거꾸로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더라”면서 “(어떤 나라도) 암호화폐를 다루는 원칙도 없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서는 거래세 형태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일본·유럽 등도 다 거래세를 내고 있고,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세를 위해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도박장에서 소득이 나와도 세금을 내야 하듯이, 과세하는 것과 금융당국이 이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라며 “거래소 인가제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정인의 연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연임하라 마라 얘기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압박에도 실질적인 변화 없이 최고경영자(CEO) 선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CEO 선출의) 유효경쟁 시스템을 만들라고 계속 압박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회장에서 유리하게 돼 있는 금융지주 CEO 선출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최 원장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최 원장의 발언은 앞으로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실질적으로 공정·투명하게 이뤄지는지를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최 원장은 “시장금리가 오른 것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는 것은 몰라도, 예금금리가 올라서 가산금리를 올린다는 건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가격을 내려라, 올리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부분을 보고 가산금리 계산이 이상하다면 그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올리면서 예금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금감원은 “인상 근거가 적절치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최 원장은 “가산금리 결정 여건이 충분한지, 시스템이 갖춰졌는지 등을 보고 그렇지 못하면 지적하는 ‘워치 독’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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