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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자주포 사고 부품 오작동 탓···로또보다 낮은 확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9 자주포 화재 사고로 순직한 고 위동민 병장의 안장식이 지난 9월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고 위 병장은 지난 8월 18일 강원 도 철원에서 K9 자주포 화재 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도중 지난 9월 13일 숨졌다. K9 자주포 사고 사망자는 이태균 상사, 정수연 상병 등 모두 3명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K9 자주포 화재 사고로 순직한 고 위동민 병장의 안장식이 지난 9월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고 위 병장은 지난 8월 18일 강원 도 철원에서 K9 자주포 화재 사고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도중 지난 9월 13일 숨졌다. K9 자주포 사고 사망자는 이태균 상사, 정수연 상병 등 모두 3명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월 18일 육군 장병 3명의 사망으로 이어진 K9 자주포 화재사고는 일부 부품의 비정상적 작동 때문으로 조사됐다.

K9 자주포 사고 경위를 조사해온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조사위)가 26일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 내용이다. 조사위는 K9 화재 사고는 ▶사수가 격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격발됐고 ▶폐쇄기는 완전히 닫히지 않았으며 ▶불꽃이 폐쇄기 아래로 흘러내려 장약에 불이 붙은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조사위의 민간인 위원장을 맡은 김상식 경상대 기술연구소장은 “흔치 않은 원인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발생한 사고”라며 “현실에서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로또 당첨보다 낮다”고 말했다.

8월 사고 이후 4개월간 현장 감식과 관련 실험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고 조사위는 강조했다. 조사위는 민·관·군 전문가와 한국재료연구소 등 8개 전문기관, 군·경 수사기관 등 113명을 참가해 꾸려졌다.

K9의 포탄은 사수가 격발 스위치를 누르면 격발 해머·공이가 뇌관을 장약에 밀어 넣은 뒤 점화해 장약의 추진력으로 포탄을 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약은 포탄을 날려 보내는 추진 화약이다. 그런데 사고가 난 K9은 격발 스위치와 상관없이 격발 해머·공이가 제멋대로 장약을 격발했다는 것이다. 발사 후 뇌관집·격발 장치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폐쇄기가 포신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고 한다. 폐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포탄을 발사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더군다나 장약이 터지면서 일어난 불꽃이 폐쇄기의 틈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놔뒀던 장약에 불을 붙였다.

당시 강원도 철원에 있는 육군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도중 일어난 화재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육군은 초기 조사결과 화재는 자주포 내부에 있던 폐쇄기에서 화염이 나와 장약에 불이 붙어 발생했다며 폐쇄기가 열린 이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위는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된 이유가 제품 불량·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비 부실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9 제작업체 측은 “조사단에 제작업체와 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배제됐다”며 “업체 입장에선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위의 발표는 여러 가설 중 하나”라며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 아니라 추정에 기반을 뒀다. 지금이라도 군, 제작업체, 전문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추가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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