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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이 식당] 쫄깃한 벌교 꼬막 맛보려면 여기로

중앙일보

입력

산·바다·들판,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봄엔 주꾸미·미나리, 여름엔 갈치·복숭아, 가을엔 꽃게·새우, 겨울엔 꼬막·귤처럼 저마다 제맛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따로 있다.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다. 12월엔 꼬막이다.

12월 제철 맞은 꼬막…씹을수록 달아 #새꼬막·참꼬막·피꼬막 등 종류 다양 #삶을 땐 꼬막 입 벌리자마자 불 꺼야 #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강한 참꼬막. 사진은 '여자만'의 참꼬막찜. [사진 여자만]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강한 참꼬막. 사진은 '여자만'의 참꼬막찜. [사진 여자만]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소설『태백산맥』은 벌교 꼬막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맛이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바로 지금 맛보길.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살이 차오르기 시작하지만 살이 꽉 찬 꼬막을 맛보려면 12월은 돼야 한다. 이쯤이 되면 겨울 바다의 짭조름한 향을 그대로 품고 있는 데다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국내에선 꼬막 하면 공식처럼 벌교(전라남도 보성군)를 떠올린다. 실제로도 꼬막의 주요 산지는 보성·순천·여수시·고흥군으로 둘러싸여 있는 여자만(순천만의 옛 이름)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꼬막은 참꼬막·새꼬막·피꼬막이 대표적이다. 흔히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건 새꼬막이다. 반면 참꼬막은 새꼬막보다 더 짭쪼름한 맛이 나는데 잡히는 양이 워낙 적어 새꼬막보다 2~3배 비싸다. 참꼬막과 새꼬막을 구분할 때는 방사늑(放射肋)을 보면 된다. 방사늑은 꼬막 껍데기 표면에 부챗살 모양으로 패어있는 골을 뜻하는데 참꼬막의 방사늑은 17~18개, 새꼬막은 30~34개 정도다. 피조개로도 불리는 피꼬막은 앞의 두 꼬막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고 방사늑의 수는 약 42개 안팎이다.
제철 꼬막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꼬막은 삶거나 데친 후 그대로 먹든 매콤 새콤한 양념에 무쳐 먹든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다만 꼬막을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불순물이 남아 있어 먹을 때 불편하므로 잘 씻는 게 중요하다. 롯데호텔 서울의 한식당 '무궁화'의 천덕상 조리장은 "먼저 꼬막을 물 1ℓ당 소금 40g을 넣은 물에 1~2시간 담아 놓아 해감한 뒤, 흐르는 물로 껍데기에 묻은 뻘을 씻어내라"고 조언했다. 그다음엔 꼬막 위에 소금을 적당히 뿌리고 손으로 빡빡 문지른 후 물로 헹궈낸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넣어 삶다가 1~2분 정도 지난 후 건져낸다. 천 조리장은 "꼬막을 오래 삶으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에 꼬막이 입을 조금 벌렸을 때 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꼬막 껍데기를 쉽게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꼬막 뒷부분 가운데 쪽에 움푹 들어간 곳에 숟가락을 넣어 비틀어주면 된다.
그렇다면 제철 꼬막을 맛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벌교에서 꼬막 도소매업을 하는 서정옥·이종순씨가 현지에서 꼬막을 받아 사용하는 서울 맛집 3곳 추천했다.

꼬막전부터 무침까지 다양해…여자만

벌교에서 직접 받은 참꼬막에 양념장을 얹어낸 '양념참꼬막'. [사진 여자만]

벌교에서 직접 받은 참꼬막에 양념장을 얹어낸 '양념참꼬막'. [사진 여자만]

서울 인사동 뒷골목에 자리한 '여자만'은 영화 '신촌부르스' '물망초'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이미례 감독이 2009년 문을 연 남도음식 전문점이다. 꼬막의 주요 산지인 '여자만'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대표 메뉴가 꼬막이다. 하지만 일년 내내 꼬막을 팔진 않는다. 꼬막이 제철인 11월부터 3월까지만 판다. 여자만에서 내놓는 꼬막은 새꼬막·참꼬막·피꼬막 3종류다. 새꼬막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벌교산을 사오지만 참꼬막과 피꼬막은 직접 벌교 현지에서 받는다. 이승행 지배인은 "참꼬막과 피꼬막은 워낙 양이 적어 서울보다는 벌교에서 받는다"며 "참꼬막은 그대로 쪄내거나 간장양념을 올린 양념참꼬막으로 내고, 큼직한 피꼬막은 매콤한 양념장에 채소와 함께 무쳐낸다"고 설명했다. 벌교참꼬막(참꼬막찜)은 4만5000원, 양념참꼬막은 5만5000원이다.

꼬막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꼬막 요리(2인 기준). 사진 왼쪽부터 꼬막전, 새꼬막찜, 피꼬막무침. 송정 기자.

꼬막정식을 시키면 나오는 꼬막 요리(2인 기준). 사진 왼쪽부터 꼬막전, 새꼬막찜, 피꼬막무침. 송정 기자.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꼬막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점심용 꼬막정식을 추천한다. 새꼬막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꼬막전과 간장 양념을 올린 새꼬막찜, 매콤한 양념에 무쳐낸 피꼬막무침 등3개의 꼬막 메뉴에, 불고기·생선구이·어리굴젓 등을 푸짐하게 내준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가격은 1만8000원이다.

피꼬막찜에 막걸리 한 잔…막걸리이야기
한정식집을 하던 주인 이건남(59·여)씨가 2010년 사당역 골목(남현동)에 연 주점이다. 테이블 6개뿐인 작은 가게지만 관악산에 오르는 등산객부터, 오랜 단골들까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비결은 송명섭막걸리·해창막걸리 등 전국의 유명 막걸리에 제철 재료로 만든 안주를 팔기 때문이다. 해산물로 만든 안주를 주로 파는데 해산물은 대부분 산지에서 택배로 받아 사용한다.

막걸리이야기는 큼직한 피꼬막을 쪄서 먹기 좋게 껍데기를 벌려서 제공한다. [사진 막걸리이야기]

막걸리이야기는 큼직한 피꼬막을 쪄서 먹기 좋게 껍데기를 벌려서 제공한다. [사진 막걸리이야기]

꼬막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10년 전부터 벌교에서 난 큼직한 피꼬막만 사용한다. 피꼬막은 별다른 양념 없이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바다냄새가 잘 느껴지도록 쪄내 그릇에 담아내는데 겨울철엔 이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장은 꼬막뿐 아니라 문어·홍어 등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나 향신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조리한다. 2017년 4월엔 대학에서 조리 전공한 아들 나성민씨가 서초동에 같은 이름의 분점을 냈다. 본점과 달리 점심에도 문을 연다.

참꼬막찜·양념참꼬막…고향집

고향집은 벌교에서 받은 참꼬막을 사용한다. 함께 주는 꼬막 까는 도구의 은색 끝 부분을 꼬막 뒤쪽의 움푹한 곳에 넣고 빨간 손잡이를 누르면 껍데기가 분리된다. 송정 기자

고향집은 벌교에서 받은 참꼬막을 사용한다. 함께 주는 꼬막 까는 도구의 은색 끝 부분을 꼬막 뒤쪽의 움푹한 곳에 넣고 빨간 손잡이를 누르면 껍데기가 분리된다. 송정 기자

구의동 먹자골목에서도 구석에 있는데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가게는 '고향집'이라는 상호처럼 푸근한 고향의 본가에 온 느낌을 준다. 대문을 들어가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 방과 거실로 나뉜다. 매콤한 주꾸미구이로 유명하지만 11월부터 3월까진 꼬막을 찾는 사람이 많다. 벌교에서 직접 받은 참꼬막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꼬막은 찌면 속살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새꼬막보다 짭쪼름한 맛과 풍미가 강하다. 송정 기자

참꼬막은 찌면 속살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새꼬막보다 짭쪼름한 맛과 풍미가 강하다. 송정 기자

꼬막 메뉴는 단촐하다. 쫄깃한 참꼬막 특유의 식감이 살아나도록 잘 쪄낸 꼬막찜과 껍데기 한 쪽을 떼어낸 후 양념과 함께 내는 양념꼬막 둘 뿐이다. 참꼬막은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새꼬막보다 짜고 특유의 풍미가 강하다. 식을수록 비린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이때문에 처음 참꼬막을 먹는다면 양념꼬막을 추천한다. 꼬막찜은 3만5000원, 양념꼬막은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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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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