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산물보다 통신·금융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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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양국 간 1차 예비협의가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양국 대표단이 마주 앉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김종훈 외교부본부대사(사진아래(오른쪽)), 미국 측에서는 웬디 커틀러 미무역대표부 대표보(사진위(왼쪽))가 수석대표로 나왔다. 조용철 기자

'농산물 등 상품시장은 일부 민감 품목의 시장 개방을 유예해 달라는 한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 급격한 빗장 풀기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통신.금융 등 서비스 시장을 활짝 열어젖힌다'. 최근 미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전략이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전략은 6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1차 한.미 FTA협상 사전 준비협의에서도 확인됐다.

USTR은 이에 앞서 지난달 2일(현지시간)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상.하원 의장에게 랍 포트먼 대표의 서한 형식으로 협상 개시 통보문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USTR은 이번 협상에서의 목표를 미국 기업.상품의 한국시장 진출 확대와 무역장벽 해소로 두고 상품.서비스.기술장벽.노동. 환경 등 15개 분야별로 나눠 협상 목표를 제시했다.

◆ 상품=광범위한 교역자유화를 위해 관세와 기타 세금.부과금을 폐지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꼽았다. 그러나 '수입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합리적 수준의 조정기를 둔다'는 표현을 사용해 일부 한국산 품목을 '민감 품목'으로 인정하고, 한국 측에 일정한 관세 유예기간을 허용할 뜻임을 시사했다. 농산물 분야에선 각종 인허가와 수입쿼터 제도, 위생검역 등 3개 제도의 개선을 시급한 분야로 지적하고 국내법상 수입이 금지된 신선 농산물이나 계절 농산물의 수입장벽 철폐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 서비스.투자=통신.금융시장과 각종 전문직종(의사.변호사.회계사 등)을 최대 관심 분야로 제시했으며, 이 분야에서의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고 포괄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지도록 협상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해 미 국내법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고, 한국 정부의 정책 변경 때마다 사전 통보.공표, 상호 조율 등의 절차를 요구할 계획이다.

◆ 기타=미국의 첨단 기술력이 앞서는 인터넷 분야의 경우 온라인 거래 디지털 상품에 대해선 무관세 방침을 관철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컴퓨터 등 불법 복사물 제작, 유포 기기까지 당국이 압수하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이에 대해 "향후 협상에서 미국이 제기할 의제를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미 양측은 이날 협의에서 다음달 초까지 시장개방 초안을 마련해 서로 교환한 뒤 6월 5~9일 미 워싱턴에서 1차 본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한 무역촉진권(TPA)이 내년 6월까지 유효하지만 협상 결과를 의회로부터 3개월 동안 검토받는 미 내부 절차로 인해 협상 타결 시한은 내년 3월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등 분야별 쟁점에서 이견이 여전한 데다 미국 측도 공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협상 타결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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