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리더십이 한·미 FTA의 관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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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미 FTA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나라 전체로 경제적 이득이 크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장기적으로 국민소득이 18조원(2.46%) 늘어나고 26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부품.소재의 대체를 통해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고, 서비스산업의 개방을 통해 각종 선진형 서비스산업의 창업과 함께 그에 따른 고용과 소득창출이라는 부대효과도 기대된다.

그뿐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FTA를 통해 블록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붙잡아 두는 일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다급한 현안이 됐다. 미국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기 위해 FTA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제외적인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동북아에서 패권을 다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로서는 이 지역의 안정이 생존의 전제조건이다. 여기에 북한 핵 문제까지 감안하면 이 지역의 정세변화에 미국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점에서 한.미 FTA를 통한 한.미 간의 경제적 결속은 눈앞의 이익을 넘어선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같은 한.미 FTA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공개리에 밝혔을 리가 없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청와대에서 전직 핵심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이들에게 한.미 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조목조목 설명했을 만큼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

사실 한.미 FTA는 칠레와의 FTA 협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과의 협상보다 대내적인 설득과 합의가 훨씬 중요하고 어렵다. 노 대통령도 이 같은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이 문제의 처리가 참여정부의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국가 최고지도자의 결단과 각오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서는 한.미 FTA는 성사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전향적인 자세는 노 대통령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박 장관은 그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FTA를 통한 개방은 국민과 후손에 대한 의무"라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을 세우되 한.미 FTA를 피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체결에 최대의 난관인 농업시장 개방 문제를 맡고 있는 박 장관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용기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장관들도 박 장관과 같이 국가 대계(大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대통령을 도와 한.미 FTA 체결에 전력을 다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