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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차출설’ 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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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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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같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하락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을 찾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2일 74%, 13일 73%, 14일 70%로 하락했다. 특히 14일 조사된 지지율은 합산분(12·13일)을 제외하고 당일분(300명 대상)만 따지면 65%까지 떨어진다. 이날은 문 대통령 수행 기자단이 중국 공안에 집단 폭행을 당한 날이다. 여론조사 관계자는 “금주 들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중동 방문 의혹이 추가되면서 21일 현재 지지율은 60%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초반 80%대를 자랑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고공 행진 대통령 지지율 첫 제동 #2년차 맞아 586 참모진 쇄신 절실

누수의 조짐은 청와대 기자단의 기류에서도 감지된다. 그동안 청와대의 설명을 군말 없이 받아 적던 기자들이 처음으로 청와대 공보진을 ‘들이받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청와대 측이 ‘중국의 문 대통령 홀대론’을 일방적으로 부인하고 ‘임종석 의혹’에도 맹탕 대답으로 일관하자 기자단은 “짜증 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 연기’란 초특급 뉴스를 외국 방송(미 NBC) 인터뷰에서 터뜨리자 기자들은 ‘폭발’(미디어 오늘)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격분했다. 당황한 청와대는 20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기자단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

기자들은 여론을 먹고산다. ‘나팔수’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문 대통령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온 기자들이 태도를 바꾼 건 그동안 정권의 잘못을 눈감아 줘온 여론이 따질 건 따지기 시작한 세태와 무관치 않다. 마침 열흘 뒤 해를 넘기면 문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들어선다. ‘이니’(대통령 애칭)의 인기와 ‘문팬(빠)’들 댓글만으로 국정을 끌고 가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청와대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가장 주목되는 카드가 임종석 실장의 지방선거나 내각 차출설(說)이다. 임 실장이 일을 잘못한 건 없지만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된 데다 ‘주사파’ 논란이 끊이지 않아 부담이 크니, 내년 상반기 중 청와대를 떠나 지방선거(전남지사)에 나가게 하거나 장관을 맡긴다는 복안이다. 임종석은 원래 ‘박원순맨’으로 오리지널 친문이 아닌 점과 양정철 등 오리지널 친문들이 언제 임종석 같은 ‘신 친문’을 젖히고 청와대에 복귀할지 모른다는 정황이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특히 전남지사 출마설은 청와대 실세인 임 실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장악을 완성하고, 차기 대권 주자 대열에도 진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를 않고 있다.

물론 아직은 추측의 영역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문 대통령이 주변을 쇄신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거다. 인재 풀이 부족해 집권 초반 586 운동권 출신을 무더기 등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지난 7개월간 586 참모진은 의욕만 앞섰지 실적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섣부른 원전 공사 중단과 최저임금 인상, 불안한 북핵 대응 등 열거하기 숨찰 정도다. 소통에도 문제가 많다. ‘임 실장 UAE 방문 의혹’ 하나만 봐도 군부대 격려→양국 외교 협력→시급한 현안→박근혜 정부 시절 소원해진 관계 회복으로 설명이 매일 바뀌었다. 불리한 것은 일단 감추고 보다가 의혹이 증폭되면 말을 바꾸며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와 180도 다른 정부라는 게 어리둥절할 정도다.

이제 문 대통령은 586 대신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전문가들을 기용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장과 경제·외교 수장만이라도 그래야 한다. 한때 대권 턱밑까지 갔다가 몰락한 정몽준은 “지지율은 수증기 같은 것이더라”는 말을 남겼는데, 정답이다. 아직은 높은 지지율을 누리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지지율은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릴지 모른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