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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나 이바나, 강타 퍼붓는 코트의 ‘수퍼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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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프리랜서 김성태]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프리랜서 김성태]

“이렇게요? 이렇게요?”

프로배구 도공서 2번째 한국 무대 #지난 시즌 꼴찌 팀 7연승 1위 견인 #한식 즐기고 우리말 습득도 빨라 #“돈·명예보다 배구 자체가 더 중요 #은퇴 때까지 한국서 뛰고 싶어요”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29·세르비아)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전문모델처럼 포즈를 취했다. 컷마다 다른 포즈와 표정을 보이는 게 ‘코트의 수퍼모델’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포즈를 바꿀 때마다 한국어로 “이렇게요” “이렇게 해요”라고 또박또박 되물었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가 19일 오후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섹시한 포즈를 뽐내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여자배구 최하위 팀이었지만 최근 7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1m90cm 장신인 이바나는 지난 2012년에 이어 5년 만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꼴찌의 반란을 이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가 19일 오후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에서 섹시한 포즈를 뽐내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여자배구 최하위 팀이었지만 최근 7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1m90cm 장신인 이바나는 지난 2012년에 이어 5년 만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꼴찌의 반란을 이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체육관에서 이바나를 만났다. 그는 “전문모델로 활동한 적은 없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그냥 자연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1m90㎝·77㎏. 체육관만 아니었다면 영락없는 모델이다. 그는 “세르비아와 이탈리아에서 뛸 당시 몇 차례 잡지 화보를 찍은 적이 있다”며 “당시 배구 관련 인터뷰에 따른 촬영이었는데 주위에서 ‘끼가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길로 나가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했던 걸까. 그는 “9살 때 배구를 시작한 후로는 배구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바나 인스타그램

이바나 인스타그램

이바나 인스타그램

이바나 인스타그램

이바나는 배구 실력도 으뜸이다. 시즌 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테스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355득점(3위), 세트당 서브 성공 0.3개(5위)를 기록 중이다. 2라운드에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바나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꼴찌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7연승으로 1위(10승4패·승점 31)에 올라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로 변신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과 이바나(오른쪽). [프리랜서 김성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로 변신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과 이바나(오른쪽). [프리랜서 김성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적극적인 성격이 이바나의 장점이다. 코트 안에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공격을 주도하고, 코트 밖에선 선수들에게 다가가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를 만났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선수는 처음”이라고 칭찬했다. 말의 뉘앙스를 알아들었던 걸까. 옆에 있던 이바나가 우리말로 “진짜? 감독님, 감사합니다”라고 좋아했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 [프리랜서 김성태]

이바나는 2012년 초 지오지나 피네도(36·아르헨티나)의 대체선수로 한국도로공사에서 뛰었다. 불과 2개월 정도였지만 한국에 푹 빠졌다. 그는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었다. 일본·중국에서도 뛰어봤지만, 체육관 시설과 의료 시스템 등 인프라는 한국이 가장 잘 되어 있다. 정 많은 한국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5년 만에 다시 와보니 수비가 좋아졌다. 우리 팀 리베로 임명옥,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수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공격 속도도 유럽보다 빨라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바나는 2015년 한국 여자프로배구가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는 소리를 듣고 한국에 다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하지만 대상 선수를 북중미 국가 선수로 제한한다는 규정에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국가 제한이 없어지자 한국행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지난 8월 입국한 이바나는 곧바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바나 네소비치. [뉴시스]

이바나 네소비치. [뉴시스]

이바나는 김치찌개·불고기 등 한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는 “식당 아줌마가 메뚜기를 한 번 튀겨줘서 몇 개 먹어봤는데 바삭바삭하고 맛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매일 먹지는 않는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를 따라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Gluten-free Diet)’를 하고 있어서다. 밀가루 음식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한다. 그 덕분인지 2012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체중이 10㎏ 덜 나간다. 20% 가깝던 체지방율은 9%로 떨어졌다. 그는 “근육량이 늘면서 파워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팀 동료 문정원은 “이바나가 가냘파 보여도, 강스파이크를 연속으로 때릴 만큼 힘이 넘치는 선수다. 강타 일변도여서 ‘살살하라’고 달랠 정도”라고 말했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 [프리랜서 김성태]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였던 테일러 심슨(24·미국)은 지난 8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에 가겠다”고 소동을 벌였다. 이바나는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어릴 때 집 주변이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은 그에 비하면 매우 안전한 곳이다. 한국에서 뛰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바나의 조국인 세르비아는 1999년 내전을 치렀다.

이바나의 소망은 ‘한국에서 오래 선수로 뛰는 것’이다. 그는 “배구선수인 내게 돈과 명예는 제1의 가치가 아니다. 행복하게 배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행복하게 배구를 하고 있다”며 “팀과 감독님만 원한다면 은퇴하는 날까지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바나 네소비치(29)

● 출생 : 1988년 7월 23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체격 : 1m90㎝·77㎏ ● 제자리 점프 : 55㎝
● 시즌 성적 : 득점 3위(355점), 서브 5위(세트당 성공 0.3개)
● 주요 경력 : 2012 한국도로공사(한국)
2012~13 덴소 에어리비즈(일본)
2013~14 차나칼레(터키)
2015~17 올림피아코스(그리스)
2017~ 한국도로공사(한국)

김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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