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업] '수산물이력제'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우수 국산 수산물 홍보 기회로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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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부경대학교 교수

장영수 부경대학교 교수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내년 2월 9일부터 평창·강릉·정선 일대에서 열린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세계의 관심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개최 도시들은 바다와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싱싱한 회나 제철 생선구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개최 도시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많은 수산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수산물 소비 1위국의 명성답게 수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식품을 구입할 때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때문에 정보의 공유가 중요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관광객들도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거나 합리적으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시로 이용 후기와구매평을 확인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수산물도 유통 단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제도로 수산물이력제가 운영되고 있다.

수산물이력제는 수산물이 언제 어디에서 어획되었고 어떤 중도매인을 거쳤는지, 어느 공장에서 가공하여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수산물이 가지는 이력정보를 기록 관리하고 소비자에게 공개하여 보다 안심하고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현재 수산물이력제는 국내산 수산물만 참여할 수 있다. 만약 유통 과정상에서 변질되거나 식중독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해당 수산물의 이력정보 확인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역추적하여 빠르게 회수 및 폐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바코드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자신의 얼굴과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력제 참여 업체 선정도 까다롭다. 수산물이력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력추적 관리 계획과 사후관리 계획을 면밀히 세우고 관계기관의 심사와 현장 점검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으며 등록 이후에도 주기적인 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수산물이력제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생산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큰 이유다. 실제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산물이력제에 등록하여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수산물이력상품을 선택하여 구매하는지 알 수 없고, 괜한 추가 비용만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생산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생산자들에게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모처럼 침체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기회의 시간이다. 관광산업 중 음식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수한 국산 수산물이력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선보일 기회이기도 하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산물이력제의 저력을 바탕으로 수산물이력제의 확산을 위해 소비자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생산자와 판매자를 고려한 방안을 강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기회의 시간 수산물이력제가 우리 소비자들을 넘어 해외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한편 생산자와 판매자들에게도 자부심이 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장영수 부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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