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뤄지면 다시 예산 짜는 도시재생 방식 바꾼다…서울시, 도시재생기금 338억원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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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A동. 이 지역은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공동이용시설인 경로당이 건립될 예정이었다. 서울시도 이에 맞춰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중 '보육시설을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이 나와 사업계획이 바뀌었다. 경로당에 맞춰 책정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사업은 1년 뒤로 미뤄졌다.

지자체 도시재생기금 운용은 첫 사례 #사업변경에 따른 빠른 대응 가능해져 #신축 건축물에 물리는 부담금이 재원

서울의 또다른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인 B동네. 서울시가 부지매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면서 땅값이 치솟았다. 원주민들이 비싼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했다.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조속히 부지를 매입해야 하지만 서울시로서는 당장 책정된 예산이 없어 다음해로 계획을 잡아야 했다.

도시재생활성화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된 서울시 용산구 해방촌의 모습. [중앙포토]

도시재생활성화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된 서울시 용산구 해방촌의 모습. [중앙포토]

박원순 시장의 대표 공약사업인 도시재생을 속도감 있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가 338억원의 도시재생기금을 운용한다. 문재인 정부가 채택한 뉴딜사업(전국 68곳)과 별도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에 기금을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2월 도시재생기금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강희은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은 “도시재생은 장기간 유동적으로 이뤄지는데,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주민 의사에 따라 중도 사업 내용이 변경되어도 융통성 있게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금의 재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물주가 납부하는 과밀부담금에서 충당한다. 과밀부담금은 건축비의 5~10%로 절반은 국토부로, 절반은 서울시로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절반, 즉 과밀부담금의 25%를 도시재생기금으로 적립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당초 2월에 서울시는 도시재생기금을 270억원 수준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기금은 70억원 가까이 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하반기에 과밀부담금이 증가하면서 올해 10월 기준으로만 서울시로 들어오는 과밀부담금이 800억원을 넘었다”면서 “증가 추이를 토대로 내년 예상을 반영해 조정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6월 '도시주거재생 비전 발표 현장 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6월 '도시주거재생 비전 발표 현장 설명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내년 기금의 73%인 247억3100만원은 도시재생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한다.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인 마장동축산물시장 일대와 영등포역, 창동, 수유동 등 8곳에 거점 공간을 매입하고 설계하는 데 쓸 계획이다.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는 사업 특성상 홍보와 교육, 주민공모사업 지원 등에도 91억5600만원을 편성했다.

전체 도시재생 사업 중에 기금이 사용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도시재생 분야에 4948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4300억원)보다 8.4% 줄어든 금액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매년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기금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과 융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도시재생 시범지역은 13곳. 여기에 8개 후보지와 20개 희망지가 선정돼 사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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