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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역사기록, 바른 미래를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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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럴 때 바른 기록은 세 가지 효과를 갖는다. 첫째, 정책교육이다. 과거(의 공과)에 대한 바른 기록은 바른 정책 결정을 위한 역사적 준거가 된다. 둘째, 기록교육 자체다. 엄정한 기록제도는 사후 공개가 강요하는 책임성.윤리성.민주성.공공성을 의식하여 정책을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과거의 미래효과(future effect), 즉 미래의 현재 규정인 것이다. 셋째는 시민교육이다. 역사기록의 공개와 교육은 시민의 역사의식을 제고하여 좋은 시민의 양성을 통한 좋은 사회건설에 이바지한다.

역사기록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특히 과거의 잘못에 대한 기록은 그것들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지혜의 보고가 된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우리 과거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할 주체는 곧 우리 자신인 것이다. 비판은 창조의 원천이 된다. 19~20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혹독한 과거비판과 자기교정을 통한 선진국가 진입은 좋은 미래를 건설하는 요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바른 역사 기록을 통한 좋은 미래 건설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기록문화와 법규의 혁신을 통해 '모든' 공공기록은 반드시 공공기관에 보존되고 공개돼야 한다. 그것의 소멸은 역사의 망실(亡失)을 의미한다. 둘째,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해외자료 수집과 공개가 절실하다. 개별 연구자나 기관, 대학이 해외자료를 위해 치르고 있는 비용과 노력의 중복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 셋째, 전직 대통령 도서관의 건립이다. 지지와 반대를 넘어 그들의 행위와 시대의 기록은 객관적 역사로서 엄존해야 한다. 도서관 건립을 통해 성장.공과.정책.사건.영향을 포함, 시대의 모든 기록을 남긴다면 우리 자신과 후대를 위한 긍정적인 또는 반면적인 역사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사법적 징치를 당한 경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넷째, 중앙과 지방에 현대한국의 주요 주제, 인물, 사건을 위한 기록관이나 도서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과거 문제로 인한 첨예한 사회적.학문적 길항(拮抗)에 들어선 오늘, 차제에 바른 역사 기록을 향한 법적.제도적.재정적 준비와 고려를 위한 성숙한 토론과 합의를 기대해 본다. 그것은 우리의 특별한 노력이라기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에 불과하다.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균형과 화해'라는 새로운 역사 인식과 역사 건설의 철학과 방법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역사 갈등을 겪고도 우리가 바른 기록제도와 문화 정착을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또다시 '과거로서의 우리 시대'를 둘러싼 비용으로 인해 미래를 향한 전진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