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이슈가 중요하지만 한일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외교 소식통)
정부가 위안부 TF 결과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일단 잠정 보류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위안부TF 후속조치 잠정 보류 #한중일정상회담ㆍ평창 올림픽 등 고려 #정부ㆍ청와대 강경파 목소리가 변수 #"한미FTA처럼 위안부 합의도 재협상해야"
19일 방일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과거사 문제보다 실질적인 양국 협력방안에 방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뻔한 위안부 이슈를 잠시 덮어둠으로써 시간을 번 셈이다.
◇TF, 이면합의 밝힐까=약 5개월에 걸친 위안부TF의 검증 작업은 이미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우선 이 합의가 외교부 공식 채널이 아닌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의 8차례 걸친 밀실회담을 통해 주로 진행돼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위안부 합의에서 다뤄진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엔의 의미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배경 ^위안부 소녀상이 거론된 이유 등에 대해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측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은 소녀상 철거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2017년 1월 8일)고 하는 등 ‘10억엔=소녀상 철거’라는 인식을 보여왔다. TF가 이와 관련한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등을 밝힐 지도 주목된다.
◇TF와 선긋기…“정부 한 것 아니다”=이달 말 나올 TF 검증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명확히 선을 긋고 나섰다. “검증은 민간에서 한 것이지 정부가 한 것이 아니다”(외교부 당국자)라는 입장이다. 장관 직속으로 일부 외교부 인사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TF 성격을 '민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TF가 부정적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부의 후속조치가 반드시 파기 또는 재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또 시기적으로도 후속조치는 TF 결과가 나온 뒤 최소 한 두달 뒤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일본 정부 측에도 이미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TF와 선을 그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한일관계를 지난 박근혜 정부 4년처럼 보낼 순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후에는 ‘파기’나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2018년은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20주년으로,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정부가 한일관계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월 열리는 평창올림픽도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반드시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 전에 위안부 이슈가 부상할 경우 한일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 아베 총리의 방한도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실제 아베 정부 측은 “재협상 요구시엔 아베 총리는 평창에 갈 수 없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내 강경파 목소리 여전=하지만 여전히 정부 내에는 파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청와대와 외교부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하는데 위안부 합의는 왜 재협상하면 안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뒤집고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가 일단 시간은 벌어둔 셈이지만 위안부 이슈는 언제든지 한일관계의 갈등요소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