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예술장식품 일부 인기작가에 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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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형건축물에 설치된 예술장식품들이 특정 장르, 그것도 임부 작가에게만 치중돼 있어 작품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건축물 부설 예술장식품은 문화예술진흥법 제13조(건축물에 대한미술장식), 서울시 건축조례 제19조 제5항(건축물의 부수 시설 등)에 의거해 11층 이상 되는 건축물이나 연면적 1만평방m 이상 되는 건축물은 신·증축할 때 건축 공사비의 1% 이상을 책정, 조각·회화·벽화 및 기타 환경조형물을 설치하게끔 돼있다.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할뿐 아니라 예술가들 또한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예술장식품은 그러나 시행 3년여가 지나는 동안 지나 칠이 만큼 일부 작가의 작품에만 편중됨으로써 본래의 의도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일례로 건축물 부설 예술장식품 심의기구가 서울
시 건축 위원회 산하 예술위원회로 개편된 87년 이후만 해도 이 같은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금년1월말까지 예술장식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59명.
한국화 4명·서양화 15명·조각 33명·태피스트리 2명·도예 2명·세라믹 2명·칠보 1명으로 조각이 전체작가의 56%를 차지하고있다.
작가별로 볼 때 가장 많이 제작한 이는 조각가 최기원씨. 한국은행에『탄생』을 제작한 것을 비롯, 『모자상』(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1가143의 3 삼보개신) 『세계를 향하여』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25의2 체신부 조달 사무소)『가족』(서울 강동구 신천동 7의13 재향군인회)등 4점이다.
조각가 정관모씨는『솔러 파이프』(진로유통 도매센터)『코스모너지』(롯데쇼핑)『섭리』 (나진산업)등 3점을 제작했으며, 2개 건물에 예술장식품을 내놓은 이는 백현옥 김찬식 민복진 임동낙 김인경 김영중 김경화 전국광 전준 강대철(이상 조각), 김기창 하태조(이상 한국화)씨 등 12명이다.
이것은 미협 소속 작가가 5천여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펀중 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 작가의 작품경향이 크게 달라지기 어려우므로 보는 이들은 비슷비슷한 작품만을 접해야하는 셈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건축물을 팔 때 조각은 별도로 값을 쳐주지만 벽화는 그렇지 못해 대형건물마다「문패조각」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이것이 주는 시각적 공해도 크고 가난한 예술인은 실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화가 김형근씨는『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작가안배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각기·개성을 지닌 작품들이 고루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고 전해주고『우리의 경우 공공시설물이라도 작가 안배를 시도,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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