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골프 칠 때 교육부 차관도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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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인 이 차관은 지난달 1일 교육부 차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총리 비서실장이었다. 교육부 공무원 출신인 이 차관은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일할 때 기획실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 총리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그러나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2일 "오래전 부산 상공인들의 요청이 있어 비공식적으로 골프를 쳤다"고만 밝혔을 뿐 이 차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총리실에서는 경호팀과 수행과장만 참석했다고 했었다.

이 차관의 동석 사실은 당일 라운딩에 동반한 사람들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밝혀졌다. 당초 두 팀으로 이뤄진 동반 라운딩 명단에는 차기 부산상공회의소장 예정자인 신정택 세원철강 대표와 함께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경험이 있는 모 기업 대표 A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총리는 호텔 사장 행세를 하고 다니던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와 두세 차례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져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바로 전날에도 이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A씨 대신 이 차관이 라운딩에 동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래 A씨가 함께 라운딩을 하기로 했었는데 몸이 아파 참석할 수 없다고 해서 이 차관이 대신 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왜 A씨 대신 이 차관이 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민생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전남 여수와 곡성을 방문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이 차관도 총리를 수행해 전남을 방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의 비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총리와 교육 차관의 골프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에 대해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사견임을 전제로 "총리가 갔는데 그 자리에서 사람 수대로 비용을 분담했겠느냐. 나중에 총리가 초청해 비용을 부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이와 관련, 공무원 행동강령을 주관하는 국가청렴위원회 관계자는 "골프는 향응의 종류에 포함되지만 공여자가 직무관련자인 경우만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동석자가 비용을 부담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양측이 민원이나 인허가와 연관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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