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골프가 뭐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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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 총리가 골프를 즐기는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국무총리라고 여가를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정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잘 관리하느냐가 문제이지 집무실 자리만 지킨다고 나랏일이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에 개인적인 시간을 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그것이 골프라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목장에서 이라크전 관련 보고를 받는다고 비난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취미활동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이 총리의 처신이 너무 도를 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총리는 골프와 관련한 구설수가 너무 잦다. 2004년 9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를 조문하기 직전 골프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었고, 지난해 4월 강원도 대형 산불이 났을 때와 7월 남부지방이 호우 피해를 봤을 때도 골프를 해 말썽이 났다.

이런 일로 이 총리는 국회에서 "근신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처신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올 초엔 의원 시절 브로커 윤상림씨와 골프 회동한 일로 로비 의혹까지 받았다. 그 일로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입씨름을 벌인 바로 다음날 이번 일이 생겼다. 국민 여론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의 지적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오만이다. 이번도 지역상공회 신임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왜 굳이 지방 골프장을 이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의 문제는 골프 한 자체가 아니라 골프로 상징되는 총리의 처신이다. 일반 서민으로서는 "골프가 뭐기에"라는 허탈감만 들 뿐이다. 그것은 정부 전체에 대한 신뢰감만 손상시킨다. 이렇게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면 총리직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골프를 중단하면 어떤가.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국민의 눈길이 부담스러운 날만이라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라. 골프 안 쳤다고 병이 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